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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잇단 협정 파기 위협… 자해적 ‘부메랑 리스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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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잇단 협정 파기 위협… 자해적 ‘부메랑 리스크’ 커져

입력
2017.10.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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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등 파기 위협ㆍ유네스코 탈퇴

공화당 내부서도 반발 목소리 커져 분열 초래

국수주의 세력 결집 노리나 지지기반만 축소

최측근조차 “지지 기반 넓혀야” 우려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세제 개혁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세제 개혁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위협’ ‘이란 핵 합의 파기 위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폐기 위협’ ‘NBC 방송사 인가 갱신 위협’ ‘유네스코 탈퇴’ ‘민주당과의 다카(DACA) 합의 파기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나 구두로 쏟아 내고 있는 으름장과 위협이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외교ㆍ안보, 경제, 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데다 국내ㆍ국외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내각과 공화당 의원까지 피아 구분 없이 무차별적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엄포가 상대를 겁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협상의 기술’로 평가됐으나, 잦은 분노 표출과 마찰로 되레 우군 진영의 분열을 키워 정치적 입지만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급기야 최측근조차 지지 기반 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에만 내놓은 위협의 레토릭은 다종다양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장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프타 폐기 가능성을 재차 위협했다. 그는 트윗에서는 “모든 가짜 뉴스가 NBC에서 나온다”며 방송사 인가 갱신을 문제 삼았다. 이어 밤 9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최악의 협상이었다”며 이란의 합의 준수 불인정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주제에 대해 더 강경하다”고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정부는 12일에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를 ‘반이스라엘 편향’ 등의 이유로 탈퇴했다.

이 같은 각종 국제협정 파기 위협 또는 탈퇴는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군 내부를 들끓게 하는 모습이다. 나프타만 해도 폐기시 미국 농업ㆍ상공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기 때문에 310개가 넘는 지역 상공회의소가 폐기 반대를 호소하는 편지를 행정부에 보내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뉴욕타임즈(NYT)는 나프타를 지지하는 농촌 지역주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더욱 굳건하게 해 세제 개혁 등 대통령의 의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는 또 이란의 핵 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는 방식을 취해 재협상 또는 파기 수순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란 핵 협정에 참가한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우방국의 반발을 초래해 미국만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로 공화당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조차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잇단 협정 파기 위협이나 탈퇴에 대해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CFR) 회장은 12일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 외교 정책의 테마는 ‘파기 독트린’이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위협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발언 등으로 ‘말폭탄’ 전쟁을 벌이면서 본격화했다. 실제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되레 내부로 불똥이 튀었다. 대북 대화를 시도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불화에 이어 틸러슨 장관을 두둔한 공화당 중진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의 설전 등이 이어지면서 당정 마찰로 비화됐다.

애초 그의 엄포 전략이 협상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았으나,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확산돼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최측근조차 지지 기반 와해를 우려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지기 절친인 토머스 배럭은 1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통령의 수사와 선동적인 트윗에 기절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최대 기금 모금자이자 대통령 취임식 의장이었으며, 비서실장 교체시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인사다. 트럼프 지지자인 폭스뉴스의 진행자 닐 카부토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지나가는 속도 보다 더 빨리 친구를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거의 난사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위협은 핵심 지지층인 국수주의적 세력 결집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그가 타킷으로 삼은 나프타와 이란 핵 합의, 공화당 기득권, 문화ㆍ스포츠계 엘리트 등 대다수가 포퓰리즘적 국수주의 세력이 표적으로 삼는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앨라배마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떨어지고 국수주의 세력이 지원한 후보가 승리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지율 추락 속에서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자 이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것이지만, 오히려 협소한 지지 기반에 자신을 가두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은 조언자’로 통하던 배럭이 공개 인터뷰를 가진 것도 이에 대한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에 충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에게 ‘당신은 타고난 지지기반이 없다. 당신의 기반은 세계와 미국이다. 모든 유권자에게 당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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