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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운명은] 정부 “탈원전 동력 잃을라” 업계 “수출 경쟁력 잃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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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운명은] 정부 “탈원전 동력 잃을라” 업계 “수출 경쟁력 잃을라”

입력
2017.10.12 17: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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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중립 선언한 정부

건설 중단땐 기업손실 등 후폭풍

“에너지 로드맵 연내 마련할 것”

탈원전 기조 계속 유지 시사

‘공든 탑 붕괴’ 우려하는 업계

10년이상 투자한 3대 핵심 기술

건설 중단땐 검증 기회도 사라져

“정권 따라 국책사업 바뀌면 낭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인호 차관과 답변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인호 차관과 답변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원전 5ㆍ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최대 고비인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합숙토론이 13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다. 정부와 원자력 발전 관련 기업들은 모두 토론의 향방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정부는 거듭해서 ‘엄정중립’을 천명하고 있으나, 건설 재개와 중단이 가져올 후폭풍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느라 수면 밑으로 분주하다. 재개로 결정 날 경우 ‘탈원전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단으로 결정되면, 원전공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손실 보상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 훼손도 감당해야 한다.

반면 원전 관련 기업들은 최근 여러 나라에서 원전 건설이 추진되는 등 관련 시장이 되살아나는 조류에 참가하기 위해서 신고리 5ㆍ6호기의 건설 재개가 절실히 필요하다.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원전 지역 경제와 원전 산업에 대한 보완대책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연내에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고리 5ㆍ6호기가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흔들림이 없다’는 선언이다. 정부는 나머지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2030년 설계수명이 다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3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도 진행된다. 다만 원전 수출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엄격히 따져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우려,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 공론화위원회의 중립 위반 논란 등을 지적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전 발전 설비가 1.1%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은 탈원전 추세”라며 “우리도 그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반면 원전업계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관련 산업에 결정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 ▦원전의 심장인 계측제어 시스템(MMIS) ▦원전 설계 핵심코드를 원전의 3대 핵심기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0년 이상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 올해 이 핵심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춘 상태다. 그전까지 전 세계에 3대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뿐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처음 적용하는 게 신고리 5ㆍ6호기인데 건설이 중단되면 검증 기회가 사라지는 게 된다.

게다가 최근 영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서 원전 건설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 인증을 통과한 한국형 원전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이 필요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순수 한국 기술로 짓던 원전의 건설이 중단된다면, 그 원전기술을 원전을 수주하려는 국가에서 과연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 세계 원전 시장 규모가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5년 기준 국내 원전 산업 매출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다른 원전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사업을 정권과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 만으로 포기해야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정부 정책 변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 의원들도 이날 국감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외국에서도 한국 원전을 최고 기술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연아 선수에게 피겨 대신 쇼트트랙을 하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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