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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운명은] “유럽보다 안전 기준 낮고 폐기해도 전력수급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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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운명은] “유럽보다 안전 기준 낮고 폐기해도 전력수급 문제 없다”

입력
2017.10.12 17: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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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9개 한 지역에 몰려 위험

유럽 안전성 통과 모델과 다르고

방사능 격납시설도 단일 구조

처리 비용 다음 세대에 미루는 격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단이냐 재개냐를 결정할 중요한 고비인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합숙토론이 13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다. 마지막 선택을 돕기위해 평소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찬성과 반대를 주장해온 학계 권위자들에게 주요 쟁점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_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왜 중단해야 하는가.

“단순히 원전 2기가 추가되는 문제가 아니다. 신고리 5ㆍ6호기가 들어서면 고리원자력본부가 관할하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가동 중인 원자로가 9개로 늘어난다. 총 설비용량은 11기가와트(GW)가 넘는다. 그 정도 규모의 원전을 한 지역에 집중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인근 지역 인구가 382만명이고 자동차와 정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시설이 집중해 있다. 만에 하나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인명ㆍ경제 피해가 생길 것이다. 인근 지역 원전이 모두 멈춘다면 국내 전력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_우리는 일본처럼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을 계기로 살펴보니 고리원전 주변에도 활성단층이 60개 이상 발견됐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신고리 5ㆍ6호기가 내진 강화 설계로 안전하다 해도 인근 원전이 지진으로 멈춰 선다면 신고리 5ㆍ6호기도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 지역에 너무 많은 원전이 몰려 있는 것이 문제다.”

_최근 신고리 5ㆍ6호기에 적용된 원전 모델이 유럽 안전성 인증을 통과했는데.

“신고리 5ㆍ6호기와 유사한 모델인 APR-1400이 유럽에서 안전성 인증을 통과했다지만 유럽이 요구한 모델과 실제로 신고리 5ㆍ6호기에 적용된 모델은 다르다. 유럽 모델에는 코어캐처(녹은 핵연료 물질을 가두어 냉각하는 대처설비)가 포함돼 있는 반면 신고리에는 없으며,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격납시설도 유럽은 이중 구조인데, 신고리는 단일 구조다. 원자로는 전원 공급이 중요한데 프랑스는 4계열 방식을 쓰지만 우리는 2계열 방식을 써서 전원 상실 위험이 더 크다. 이제 와서 설계 변경은 어렵다고 한다. 유럽에서 우리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하면서 국내 원전에는 유럽보다 낮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안전 문제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계속 쌓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도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

_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매몰비용에만 수조원이 들어가고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매몰비용과 사고 후 수습 비용을 비교해봐야 한다. 원전에 사고가 나면 수습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후쿠시마 지역은 인구가 20만명도 채 안 되고 주요 산업 시설이 있지도 않은데 사고 후 복구 및 수습 비용에만 2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고가 나면 수습 비용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우리는 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 물질이 어디로 얼마나 이동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피해도 국민이 입고 복구 비용도 국민이 내야 한다. 원전이 수명을 다할 경우 폐로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당장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우며 신고리 5ㆍ6호기를 지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더 큰 비용을 다음 세대에 미루고 있다.

_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원전이 점점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원전은 미미한 수준으로 늘고 있다. 대신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시설이다. 원전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열심히 원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재생에너지 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_신고리 5ㆍ6호기를 짓지 않으면 석탄화력발전소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가동해야 해서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원전 발전 단가에는 환경비용이나 폐로비용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고 연료세도 거의 붙지 않는다. 게다가 원전 건설에는 정부가 정책적 저리 대출로 금융 지원을 해준다. 다른 에너지원과 공정하게 경쟁하게 되면 원전 단가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전기요금 변동은 발전 단가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설계와 의지의 결과다. 신고리 5ㆍ6호기를 짓지 않아도 가동을 앞둔 신고리 4호기, 건설 중인 신한울 1ㆍ2호기 등이 발전을 시작하면 전력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한다고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기요금은 가장 강력한 수요 관리 수단이다. 전력수요가 몰리는 피크 때는 가격을 올리고 공급여력이 커질 땐 가격을 내린다면 시장도 반응할 것이다. 정부는 설비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갖지 말고 국민과 기업이 전기를 덜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약력

윤순진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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