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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딸 친구, 실종신고 뒤 12시간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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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딸 친구, 실종신고 뒤 12시간 살아있었다

입력
2017.10.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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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추정시점 30일→1일 정정

경찰 “딸 진술 헷갈려 수사 혼선”

30일 밤 이씨 집에만 갔더라도…

경찰 미진한 초동 수사 도마에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11일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11일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어금니 아빠’ 이모(35)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김모(14)양이 실종 신고 이후 12시간 남짓 더 살아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초동 대처만 잘했어도 살릴 수 있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당초 ‘지난달 30일 오후 4시, 8시 사이’로 발표한 김양 살해 시점을 11일 브리핑에서 ‘1일 오전 11시53분 이후’라고 정정했다. 김양 엄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시점이 30일 오후 11시20분인 걸 감안하면 김양은 신고 이후에도 살아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친구 김양과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에 들어간 이씨 딸은 이씨가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가 든 음료를 김양에게 먹인 뒤 이씨와 함께 잠든 김양을 안방으로 옮겼다. 오후 3시40분쯤 혼자 외출한 이씨 딸은 오후 7시46분쯤 집을 나선 이씨와 오후 8시14분쯤 함께 귀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딸이 자리를 비운 4시간 사이에 김양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 10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씨가 “1일 낮에 딸이 외출했고 그 이후에 김양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하면서 경찰 추정은 빗나갔다. 결국 경찰은 1일 오전 11시53분 이후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정 발표에 따르면, 이씨 딸은 김양을 집에 데려온 다음날인 1일 오전 11시53분 혼자 집을 나와 친구들을 만났고 오후 1시44분 귀가했다. 이후 이씨 딸이 이씨로부터 “내가 김양을 죽였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때 딸도 직접 김양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딸이 첫 번째 외출(30일)과 두 번째 외출(1일) 시간을 헷갈려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면서 “이씨 딸은 첫 번째 외출 뒤 곧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안방에 있던 친구 모습을 다음날 외출 후 귀가할 때까지 보지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사망 추정 시점이 바뀌면서 경찰의 미진한 초동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적극적으로 실종 신고에 응했다면 비극이 일어나기 전 김양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 실종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이때 김양 어머니는 “딸이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안 들어오고 휴대폰도 꺼져있다”고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김양 신상 정보를 파악했고, 김양 어머니와 함께 김양 행방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1일 0시쯤 김양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던 김양 어머니가 이양과 통화했다. 통화에서 이양이 “오후 2시30분쯤에 김양을 만났고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헤어졌다”고 김양 어머니에게 말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다음날인 1일 알게 됐다. 김양 어머니가 이날 오후 9시쯤에 “내가 이양이랑 통화했는데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졌다고 한다”고 경찰에게 말한 것. 이후 경찰은 이양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 했고, 2일 오전 11시쯤 알게 돼 이양 집을 처음 방문했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고 아무도 없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이후 김양 수색 작업을 벌이다 오후 9시쯤에 이양 집에 불이 켜져 김양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양 집을 들여다 봤다. 마침 이씨 형이 집에 머무르고 있어 설득 과정을 거쳐 이양 집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김양은 이양 집에 없었고 강력 범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이양 집에서 나왔다. 김양이 이양을 만난 사실과 이양 집 주소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다면 참극은 피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씨는 담담한 표정과 태도로 범행 과정을 재연했다. 이씨가 김양 물건과 범행도구 등을 유기한 강원 모처에 대한 수색도 이날 진행됐지만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씨는 범행도구를 “옷장에서 꺼냈다”고 진술했다. 이씨 휴대폰과 클라우드 계정에선 한달 전 투신자살한 아내가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일부 진술은 했지만 관련자들 말이 조금씩 달라 범행 동기와 과정 전반을 철저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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