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 붙여진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의 입장서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들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11개 학과 학생회가 모여 결성한 대표자 회의는 11일 ‘탈원전 추진,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라’라는 제목의 입장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이 산업은 물론 학문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학생들은 입장서를 통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급작스럽게 추진돼 온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을 비판했다. “탈원전 결정으로 원자력 관련 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돼 직접적으로 공학자들의 목을 조이는 상황”이라며 “정권에 따라 학문의 필요성 자체가 도전 받는 상황에서 참된 과학자와 공학자가 설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2017년 후기 대학원생 모집에서 5명을 모집하는 박사과정에 1명이, 37명을 모집하는 석ㆍ박사통합과정에 11명이 지원해 ‘미달 사태’를 냈다.

정부가 과학기술계 의견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중립성’을 근거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 소속 연구원의 토론 참여를 막는 등 전문가 의견 전달을 제한했다”며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에너지 정책이 전문가 의견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들은 정책 완성을 위해 공학도들의 깊고 넓은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는 “탈원전 모범 국가로 제시하는 독일과 스위스는 각각 25년, 33년의 긴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면서 “원자력공학을 비롯한 관련 학문세계가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공학도들의 깊고 넓은 토론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놓고 공론화 작업을 진행 중이던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오는 21일 전까지 최종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론화위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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