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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속도로 연휴 내내 무료 개방하라

입력
2017.10.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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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서울톨게이트 인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왼쪽)에 귀경차량과 나들이 차량이 몰리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서울톨게이트 인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왼쪽)에 귀경차량과 나들이 차량이 몰리고 있다. 뉴스1

“국민 부담을 덜어준 것은 물론 국내 관광 및 내수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효과를 자화자찬하며 내 놓은 보도참고자료의 골자다. 지난 3~5일 시행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는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추석 당일(4일)과 전날, 이튿날 등 사흘간 통행량은 1,583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증가했다. 역대 추석 당일 최대 교통량(588만대) 기록도 나왔다. 추석 다음날 양양, 영덕, 고흥, 순천 등 주요 관광지의 교통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연휴 기간이 열흘이었던 데 비해 통행료 면제가 사흘에 그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통행료 면제 기간이 너무 짧아 결국 통행량 분산 효과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 이번 연휴는 전례 없이 긴 만큼 정체가 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통행료를 내지 않기 위한 차량들이 3~5일에 집중되며 실제론 극심한 정체가 벌어졌다. 통행료 면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전국의 고속도로는 총 764㎞ 구간에서 밀렸다. 이날 밤 7시 부산을 출발한 차량은 다음날 새벽 2시에야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 주말보다 더 막힌 셈이다.

통행료 면제의 혜택을 본 이보다 그렇지 못한 이가 더 많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30일 황금 연휴가 시작되자 곧 바로 귀성길에 오른 이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일 이후 상경길에 오른 사람들도 수혜가 적었다. 연휴 초기 내려가 막판에 올라 온 이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연휴 내내 부모님 곁에서 효도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혜택이 적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확대돼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는 일부 유료 구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통행료가 없다. 도심 정체 구간이나 다리 등을 건널 때 받는 게 고작이다. 중국 고속도로도 평상시엔 통행료를 내야 하지만 명절과 연휴엔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도 중국은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지난 1~8일 연휴 기간 내내 전국의 고속도로를 모두 무료 개방했다. 중국의 연휴 통행료 면제는 이미 2012년부터 시작됐다. 통상 춘절(우리의 설) 연휴 7일, 청명절 연휴 3일, 노동절 연휴 3일, 국경절 연휴 7일 등 1년에 20일 안팎은 고속도로가 공짜다.

중국이 연휴 기간 내내 통행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국내 관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점도 참조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 1~8일 연휴 기간 중국 국내 관광에 나선 이는 무려 7억500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은 5,836억 위안(약 100조원)이나 됐다. 중국 상무부는 이 기간 소매업과 식당업 매출액을 1조5,000억 위안(약 260조원)으로 집계했다. 반면 고속도로 무료 개방으로 인한 통행료 손실은 150억 위안(약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100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번 추석 연휴 중 사흘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와 국가 재정의 부담은 677억원이었다. 만약 앞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연휴 기간과 일치시킬 경우 부담은 다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 한국도로공사의 지난해 통행료 매출은 4조원이었다.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를 사흘로 제한한 것은 너무 쩨쩨했다. 찔끔 면제로 생색을 낼 게 아니라 진정한 국내 관광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향후 연휴 기간 내내 통행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통행료 손실의 100배에 가까운 내수 진작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 어떤 경제 정책이나 투자보다 낫지 않은가.

박일근 경제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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