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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포커스] 소녀시대도 못 피한 걸그룹 징크스

입력
2017.10.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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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소녀시대가 위기를 맞았다. 원년 멤버인 서현 수영 타피니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그룹 활동이 불투명해졌다. SM엔터테인먼 제공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소녀시대가 위기를 맞았다. 원년 멤버인 서현 수영 타피니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그룹 활동이 불투명해졌다. SM엔터테인먼 제공

국내 아이돌 음악 시장엔 ‘7년 차 징크스’란 말이 있다. 아이돌과 기획사의 전속계약이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에 따라 보통 7년으로 이뤄지고, 재계약 시기가 되면 해체 순서를 밟는 그룹이 많아서 생긴 말이다. 이미지 소비로 팀 활동이 한계에 부딪히고 개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멤버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유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NE1과 포미닛도 해체했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달랐다. 7년 차 징크스를 뛰어 넘었다. 제시카가 불화로 2014년 팀을 떠나긴 했지만, 남은 여덟 멤버는 팀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8월 데뷔 10주년을 맞아 앨범 ‘홀리데이 나이트’를 낸 뒤 팬 미팅까지 열었다. 가요사에서 해체 없이 1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온 걸그룹으론 소녀시대가 유일했다.

SM을 떠난 소녀시대 멤버 서현(왼쪽부터), 수영, 티파니. SM 제공
SM을 떠난 소녀시대 멤버 서현(왼쪽부터), 수영, 티파니. SM 제공

배우 전향에 열을 올리는 걸그룹 멤버들

7월 미국 빌보드가 꼽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K팝 걸그룹’에서 정상을 차지한 소녀시대가 데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팀 원년 멤버인 서현, 수영, 티파니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를 떠나서다. 10년 동안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팀 활동에 열정을 쏟았던 이들이 SM을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 멤버는 개별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SM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배우로 입지를 굳히는 게 이들의 목표다. 서현은 MBC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 수영은 MBC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 각각 출연 중이다. SM 잔류를 택한 윤아가 소속사에서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연기 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새 둥지를 찾아 떠난 것 아니겠냐는 게 가요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티파니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연기 공부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걸그룹 멤버 중 소속사를 떠난 이들이 비슷한 행보를 밟아왔다. 원더걸스 멤버 소희와 카라 멤버인 구하라, 한승연 등도 연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가요기획사에서 배우 매니지먼트사로 옮겨 새 출발을 했다.

“남성 댄스 그룹보다 수명이 짧은 여성 댄스 그룹의 태생적 한계”(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 탓이 크다. 내년 데뷔 20주년을 앞둔 신화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빅뱅 등 남성 댄스 그룹은 10년 차를 훌쩍 넘겨서도 멤버에 큰 변화 없이 활동하는 팀이 적지 않다. 아이돌 주 소비층인 여성 팬덤이 여성 댄스 그룹보다 두터운 덕분이다. 전성기를 지났다 하더라도 팬덤으로 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성 그룹의 균열은 여성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충성도 높은 팬덤의 기반이 약해 음악 유행에 따라 팀의 생명력이 크게 좌지우지되면서 여성 댄스 그룹의 세대교체 주기는 남성 댄스 그룹보다 더 빨라진다. 노래 ‘텔미’(원더걸스)와 ‘지’(소녀시대)같이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내고도 걸그룹 멤버들이 배우 전향에 열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5인조 소녀시대’?... 향후 활동 전망

서현, 수영, 타파니가 SM을 떠나면서 소녀시대의 활동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SM이 “멤버들은 (소녀시대) 해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9일 공식 입장을 냈지만, ‘8인조 소녀시대’의 활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M에 멤버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소속사를 떠난 가수들이 SM이 만든 그룹에서 활동한 전례는 없다. 멤버들의 소속사가 나뉘면 그룹 활동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도 어렵다. 그룹 H.O.T가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앨범 제작 등을 논의했다 무산된 것도 각 멤버들 소속사의 이해 관계가 얽혔기 때문이다.

8인조 소녀시대의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5인조 소녀시대’의 출범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SM과 재계약을 한 유리, 윤아, 써니, 태연, 효연 다섯 멤버가 소녀시대로 활동하는 시나리오다.

소녀시대를 잘 아는 가요계 한 관계자는 “SM에 잔류한 멤버들은 소녀시대가 지닌 상징성에 대한 책임감이 커 그룹 유지에 대한 의지가 높다”며 “SM을 떠난 멤버들과도 팀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한 뒤 되도록 함께 활동을 이어가는 식으로 고민하겠지만, 이견 조율이 잘 안 되더라도 남은 멤버들이 그룹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아이돌 기획사의 관계자도 “적어도 SM에 남은 멤버들은 연예 활동의 후광이 될 수 있는 소녀시대란 브랜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팀이 살아 남더라도 소녀시대의 활동 방식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신화처럼 개별 활동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한 중소 아이돌 기획사 대표는 “SM에 잔류한 멤버들끼리만 팀을 꾸리더라도 이전처럼 1년 주기로 팀의 앨범을 내기보다는, 개별 활동에 집중하고 3~4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는 그룹 활동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활동 방향을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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