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다이애그노믹스 이민섭 대표

2013년 인천 송도서 바이오벤처 설립
게놈 연구ㆍ유전자 진단 세계적 수준
국내 규제로 초기부터 해외 진출
빅데이터 쌓일수록 활용도 배가
다이어트ㆍ피부 등 맞춤형 관리서
조상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로 진화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가 인천 송도바이오클러스터의 본사에서 질병을 넘어 일상의 호기심으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는 유전체 진단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유전체 진단의 시대가 바뀌고 있다. 희귀질환 등 유전적 질병을 찾기 위한 건 전체 유전체 분석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안젤리나 졸리로 유명해진 유전성 유방암 검사 같은 질병의 예측을 위한 검사가 크게 늘고 있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되면 생활 습관의 변화 등을 통해서 위험도를 낮추거나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유전체 분석의 쓰임새는 웰빙과 호기심인데 여기에 유전체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이민섭 박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이원의료재단과 미국의 다이애그노믹스란 바이오벤처가 합작해 2013년 인천 송도에 세운 회사다. 첨단 유전자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이다.

이 대표는 게놈 연구, 유전자 진단 및 맞춤형 의학 관련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전문가다. 2003년 미국 최초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감염된 소의 유전자 분석을 빠르게 수행해 캐나다 수입 소임을 밝혀냈고 그 공로로 미국 농무부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와 EDGC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일상으로 들어온 유전체 진단이다. 이 대표는 “빅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며 이젠 유전자 정보를 통해 그 사람에겐 어떤 운동이 잘 맞고, 다이어트 방법은 뭐가 효과적이고, 잘 맞는 영양제는 어떤 종류인지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미각과 후각을 조절하는 데도 유전자의 역할이 큰데 각 개인에게 맞는 와인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추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화장품, 의약품 생산업체인 한국콜마홀딩스가 EDGC의 지분 10.76%를 인수하며 양 사는 전략적 관계를 맺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형 영양제나 화장품의 본격 개발을 위해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것이다. EDGC는 최적의 와인 찾기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곧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유전체 진단이 의료기관을 넘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산업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이미 유전 정보를 통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타이레놀, 아스피린 등 두통약의 경우도 개인에 따라 잘 맞는 게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가 인천 송도바이오클러스터의 본사에서 질병을 넘어 일상의 호기심으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는 유전체 진단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일반인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민간 검사기관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ㆍ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지난해 6월 30일 보건복지부의 법 개정 이후 가능해졌다. 단 서비스가 혈당ㆍ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나 탄력, 탈모 등 12가지 분야에만 한정됐다. 반면 DTC 시장이 먼저 열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선 일명 ‘조상 찾기’로 불리는 가계 분석, 암ㆍ심근경색ㆍ뇌졸중이나 희귀유전적 질환 등에 대한 질병 예측, 약물에 대한 민감도 등 그 범위가 꽤 넓다.

이 대표는 “한국은 12가지만 하라는 거고, 미국은 문제 될만한 몇 가지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규제에 있어 ‘이것 만 해’와 ‘이것만 하지 마’는 엄청난 차이”라며 아쉬워했다. EDGC도 내국인용 DTC 검사 서비스인 ‘진투미’로는 12가지에 대해서만 결과를 제공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DTC 검사에선 100가지 넘는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EDGC는 세계적인 유전체 분석ㆍ장비기업인 미국 일루미나가 주도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인 `GSA`에 아시아 유일 파트너사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GSA는 일루미나가 전 세계 1,0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비밀로 하고 있지만 EDGC는 공유경제에 기반해 우리의 기술과 솔루션을 필요한 기업이 같이 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며 “지금은 공유가 더 무서운 독점인 시대”라고 말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는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유전정보를 찾는 비침습산전진단 등의 기술이 발전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혈액을 통해 암세포를 조기 발견하는 암 스크리닝 서비스의 상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EDGC의 직원은 50여 명. 회사 설립된 지 이제 4년째로 작년까지 매출은 10억~20억원에 머물렀지만 매출이 급속 신장하며 올해는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DGC는 국내의 엄격한 규제 탓에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 꾀해왔다. 현재 미국 중국 동남아 유럽 등지에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 예측을 위한 진단과 안과질환 특화 유전자 검사, 산모ㆍ아기를 위한 산전진단검사와 신생아 유전자 검사, 유전성 유방암 예측검사 등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DTC 유전자 검사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회사의 캐시카우는 산전진단검사였으나 최근엔 안과 질환 검사, DTC 유전자 검사, 조상찾기 등 해외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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