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교수' 실시하는 창원 웅천초 르포

#1
예체능 외 국어ㆍ수학 등 교과
담임ㆍ특수교사 한 교실서 함께 지도
장애ㆍ비장애 학생 ‘마음의 벽’ 허물어
최근 특수학교 설립 논란 속 주목
#2
3년째 통학 지적장애 유준혁군
“저요, 저요” 수학 수업에 적극적
수업 중 소리치는 장애 친구에
아이들은 “괜찮아” 달래듯 말해
#3
연 10회 장애이해 교육 실시
학부모에게도 통합교육 설득
교사도 가르치면서 배움 얻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두 명의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 경남 창원시 웅천초등학교. 25일 오전 허정환(오른쪽) 특수교사와 윤영주 일반교사가 3학년 교실에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우리 친구들이 지난 시간에 현장학습 가고 싶은 장소를 투표로 정했어요. 오늘은 그 결과를 한 눈에 보기 쉽게 그래프로 만들어 볼 거예요. 어디 보자. 7명이 스티커를 붙인 놀이공원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네. 여기 투명 원통막대에 7개의 공을 넣어볼 친구?”

25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천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수학 5단원, 표와 그래프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수업을 가르치는 교사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3학년 1반 담임교사 윤영주(38) 선생님과 도움반 특수교사 허정환(36) 선생님이 흡사 남녀 MC처럼 주거니 받거니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한 교실에서 교과 수업을 받는, 국내에서는 매우 찾아보기 힘든 협력교수 현장이다.

“저요, 저요!” 아이들 모두가 손을 들고 외치는 가운데 가장 씩씩한 함성으로 선생님의 호명을 받은 유준혁(10)군. 잽싸게 교탁 앞으로 나와 정확하게 7개의 공을 집어넣으며 가장 긴 막대를 완성한다. “우와~” 친구들의 함성이 터진다. 준혁이는 지적-뇌병변 장애 2급으로 친구들보다 한 살 늦게 학교에 들어왔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수용언어 능력은 평균 수준이지만, 인지와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늦다. 건강에는 지장이 없으나 수두증으로 뇌에 물이 차있는 상태다.

“이번에는 엘사가 입을 드레스를 투표로 정한 후 짝꿍과 함께 그래프를 만들어볼 거예요. 그 전에 잠시 엘사를 만나볼까요?” 윤 선생님의 소개에 교실 구석에 있던 허 선생님이 엘사 종이 가면을 쓰고 ‘렛잇고’를 열창하며 교실 중앙으로 등장한다. “아, 이번 무도회에 어떤 드레스를 입고 가야 하지?” 교실에는 한바탕 웃음폭탄이 터진다.

웅천초 3학년 유준혁(맨 왼쪽)군과 이윤석(오른쪽 세번째)군이 협력교수가 이뤄지는 통합학급에서 특수교육실무원 박미란씨의 도움을 받으며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수학 수업을 받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hin@hankookilbo.com
‘할 수 있다!’ 자신감을 배우다

준혁이 엄마 김봉민(36)씨는 준혁이가 걷지 못할 줄 알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뇌가 크고 뇌에 물이 차 있는 준혁이는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뇌신경 손상으로 성장이 더뎠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은 덕분에 세 살에 걷기 시작했고, 언어치료와 그 외 여러 프로그램들을 몇 년 간 받다 보니 조금씩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막상 학교 갈 나이가 되니 신체발달이나 인지력에서 또래 아이들과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머리가 아픈 아이다 보니까 조금만 부딪히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크거든요. 그래서 남편과 고민 끝에 입학을 1년 유예했어요.” 하지만 유예의 과정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추운 겨울날 10인의 심사위원 앞에 장애아동들이 일렬로 늘어서 자격심사를 받아야 했다. “두세 시간 기다린 후 고작 5분이었어요. ‘이거 할 수 있어요?’ ‘저거 할 수 있어요?’ 물으며 동물원 원숭이 보는 것처럼 평가하더라고요. 돌아오는 길에 내가 왜 이걸 신청했을까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3년간 같은 반에서 지내며 여러 차례 짝궁을 한 준혁 엄마 김봉민(왼쪽)씨와 하람 엄마 강묘주씨. 두 엄마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더 멋진 친구와 짝을 해야 하는데." "언니, 무슨 말이에요. 우리 하람이가 더 잘하지 못해 내가 미안하지."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준혁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려던 찰나 웅천초를 알게 된 김씨는 학교를 둘러보러 온 첫 날 ‘이 학교에 와야겠다’ 결심했다. 일반학급 아동들이 특수학급인 도움반에 서슴없이 드나들며 놀이터처럼 한데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서였다. 3년째 이 학교를 다니며 준혁이는 많이 달라졌다. “얼마나 밝아지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몰라요. 아이가 신체는 작고 두상이 크니까 어딜 가도 사람들이 많이 쳐다 봐요. ‘쟤 왜 저렇지?’ 그럴 때마다 준혁이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달려가 왜 쳐다보냐고 따지고 싶지만, 아이가 옆에 있으니까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 학교 오니까 그런 선입견이 없더라고요.”

김씨는 혹여 다른 친구들에게 폐가 될까 봐 학교에서 신청서가 와도 신청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럴 때면 선생님들한테 전화가 온다. “준혁이 할 수 있는데 왜 신청을 안 하셨어요, 어머님?” 준혁이는 현재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밴드부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아직 잘은 못하는데 너무 좋아해요. 가족여행 가는 날도 밴드 수업 있는 날은 안 간다고 할 정도로요.” 내내 울먹이던 김씨는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하고 싶어하는 게 너무 많아져서 요새는 그게 고민”이라며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웅천초 특수교사 허정환(오른쪽) 교사가 3학년 1반 담임 윤영주 교사와 함께 협력교수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힘들지만 보람찬, 협력교수

웅천초는 전교생 122명, 총 9개 학급의 작은 학교다. 그 중 장애학생은 초등과정에 8명, 병설유치원에 1명이 재학 중이다. 보통의 통합학교가 국어, 수학 같은 주지교과는 특수학급에서 배우고 음악, 미술 등 나머지 활동만 일반학급에서 하는 것과 달리 웅천초는 3, 4학년이 국어, 수학 주 8시간, 사회 월 6시간을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함께 진행하는 협력교수로 가르친다. 1, 2학년은 국어, 수학 주 2시간, 체육 1시간이 협력교수다. 두 명의 교사가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과목을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에게 각기 걸맞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협력교수는 장애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에 긍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학습부진 학생들에 대한 교육, 학생들의 학업참여 증진,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포용적 학급 분위기 조성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교사간 알력이나 주도권 다툼의 문제로 인식돼 거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교실은 한 교사가 독점해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낡은 인식이 너무도 강고하다.

웅천초에서 협력교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윤영주(왼쪽부터), 이운희, 김주현 교사.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특수교사인 허정환 선생님이 먼저 제안하셔서 작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 신뢰와 친분이 탄탄히 다져져 있는 관계였음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셨을 정도로 협력교수가 힘들거든요.” 윤영주 교사는 “준비하는 데 세 배 이상의 품이 들 뿐 아니라 각자 교수 스타일이 서로 부딪힐 우려도 있다”며 “다른 선생님이 제안했다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선생님이 먼저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두 시간만 빼주시면 제가 장애이해 교육 해드릴게요’, ‘제가 한 시간 수업 대신 해드릴게요’ 하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협력교수를 위한 밑작업을 많이 해놓으셨던 덕분에 아이들을 위해 한번 해보자 의기투합한 거죠.” 3학년 2반 담임 이운희(29) 교사도 “매 시간 서로에게 전문성 검증을 받는 것 같아 처음엔 부끄럽고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허 선생님이 하는 걸 보면서 ‘아, 저렇게 가르치니까 아이가 알아듣는구나’를 교사인 우리들도 배우게 되더라”고 말했다. 특수교사인 허 교사는 한국 학교문화에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부터 웅천초 교무부장을 맡고 있다.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각기 다른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협력교수가 이뤄지지 않는 한국의 통합교육은 이름만 통합교육이지 특수학교에서 분리교육을 받는 것보다 열악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학급에 배치되기는 하지만 실질적 교육은 특수학급에 격리돼 받기 때문이다. 일반학급 수업 시간에도 교사 대부분이 ‘방해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있어라’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협력교수에서는 장애학생을 위해 맞춤형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각각의 장애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개별화 교육이 중요하다. 이날 수학 수업에서 지적-뇌병변 2급인 이윤석(9)군은 누르면 음성이 지원되는 세이펜을 별도 교구로 사용했다. 알아듣기는 하지만 발화는 하지 못하는 윤석이를 위해 마련된 교구로, 수업 중 뒷자리에 배석해 있는 특수교육실무원 박미란씨가 교구 사용과 과제 해결 등에 도움을 준다. 4학년 담임 김주현(38) 교사는 “그동안 예체능 정도만 통합수업을 할 수 있지 주지교과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막상 해보니 가능하더라”며 “학급당 인원수가 17명 정도로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웅천초에서 특수학급인 도움반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놀이터이자 사랑방이다. 이윤석(왼쪽 세 번째)군과 유준혁(오른쪽 세 번째)군이 점심 급식 후 도움반에서 함께 놀던 비장애 친구들과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비장애 아동이 더 많이 배운다

2015년 웅천초로 부임해온 허 교사가 특수교육 논문에서나 보던 협력교수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건 1학년 도움반 수업에서였다. 세 명의 장애 학생과 좋아하는 동물을 주제로 국어수업을 하는데 도움반에서는 동물 이름이 다섯 마리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 일반학급 보충수업을 들어가 보니 온갖 동물 이름에 너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거였다. “국어 같은 수업은 또래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말하기와 듣기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싶었어요. 일반친구들 틈에서 공부를 같이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웅천초에서 협력교수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연 10회씩 꾸준히 실시된 장애이해 교육 덕분이다. 이 중 4회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려 지내면서 생기는 ‘감동 실화’들을 안내장으로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배포하고, 학기마다 있는 학부모 모임에서도 “혹시 아이가 장애 학생에게 맞거나 침을 맞아 오더라도 더 큰 아이로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이해해달라”며 이해와 안내와 부탁을 망라한 교육을 실시한다.

“장애이해 교육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아이들이 가만히 있다가도 새로운 말을 배워서는 지나가는 아이에게 ‘너 지적장애인이야? 1 더하기 1은 얼마야? 빨리 대답해’ 놀리기도 합니다. 공연히 장애를 인지시키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도 교육을 하는 게 맞아요. 가끔 전학생이 와서 장애 학생들을 괴롭히는 걸 보면 교육효과를 느껴요.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이제 ‘도움반 친구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생각주머니가 작아서 그런 거다. 그건 친구들 잘못이 아니고, 누구나 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유준혁(맨앞) 군이 도움반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웅천초가 원래 이런 학교였던 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특수학급에 대한 괴롭힘이 심했다. 아이들은 장애아들을 괴물, 특수교육실무원은 괴물엄마, 도움반은 괴물의 집이라고 불렀다. 도움반은 들어가기는커녕 문도 열어보면 안 되는 곳이었다.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도움반은 이제 저학년 아이들의 가장 시끌벅적한 놀이터이자 아지트다.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수십 명씩 몰려들어 온갖 보드게임과 교구, 장난감을 가지고 한데 어울려 논다. 장애아동들은 손님맞이에 당당하고 어깨가 으쓱하다.

“처음엔 특수아 때문에 수업 진도가 늦고,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는 거 아니냐고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님들도 있었어요. 장애아들이 옆에 오기만 해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특수아동들이 학교에서 특별한 입지를 점하면서 아이들이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이 친구들을 도우면 칭찬받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아이들이 거의 없죠.”

웅천초 3학년 1반 통합학급에 마련된 아이들 이름판. 추석에 가장 먹고 싶은 과일을 각자 자기 이름 옆에 붙여 놨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허 교사는 협력교수를 통해 비장애 아동들이 배우는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저 의무감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교감한다. 그게 “아이들의 힘”이라고 그는 말했다. “윤석이는 말을 못하니까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학급에서 누가 울면 제일 먼저 휴지를 뽑아다 가져다 줘요. 그런 걸 보면서 아이들이 ‘윤석이는 착하다, 순수하다’라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윤석이가 애들을 엄청 많이 때리거든요. 말을 못하니까, 저를 부를 때도 막 때려서 표현을 하는 거죠. 일종의 자기 표현이에요. 처음엔 여기저기서 ‘선생님, 윤석이가 저 때렸어요’ 제보가 빗발쳤는데 이제는 그게 하나의 표현이라는 걸 친구들이 알고 있어요.”

“윤석이가 때리는 건 같이 놀아달라는 얘기”라는 3학년 전유경(9)양에게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윤석이가 1학년 때 저를 많이 때렸는데, 그때마다 많이 놀아줬거든요. 그러니까 덜 때리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개나리처럼 웃으며 유경이가 답했다.

3학년 김하람(9)양의 엄마인 강묘주(35)씨는 “처음엔 친구가 자꾸 수업 시간에 소리 지르고 돌아다녀서 싫다던 아이가 지금은 ‘내 친구들이야. 괜찮아’ 한다”며 “우리 애를 통해 제가 한번씩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3년간 지내면서 확실히 아이의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 “1학년 학급에서 수업 중 소리를 지르는 장애 친구한테 애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랬다는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온 아이들이 다 달래듯이 그 말을 했대요. 1학년짜리들이요.”

지적-뇌병변 2급인 이윤석군의 짝꿍을 자청한 웅천초 3학년 변휘정(왼쪽)양이 수학 수업 중 윤석이와 함께 그래프를 만들고 있다. 휘정양은 “짝꿍을 한 덕분에 윤석이의 좋은 점들을 알게 됐다”며 “윤석이는 정말 흥이 많고 귀여운 친구”라고 말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을 오염시킨다

희귀질환인 할러포르덴-스파츠를 앓던 조현준군은 2015년 15세의 나이로 웅천초 4학년에 전학을 왔다. 허리가 뒤로 다 꺾이면서 근육 마비로 몸이 강직되는 유전병으로 9세에 처음 발병해 2년간 14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휠체어에 앉아 목과 복부에 관을 꽂은 상태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상대방의 말은 다 알아듣고, 손의 움직임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오랜 경력의 허 교사도 현준이를 보고 놀랐을 정도였다.

“이 학교에 온 건 오직 하나 때문이었어요. 아이가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가질 수만 있다면, 여기 와서 ‘아, 저 아이들처럼 나도 살아야겠다’ 생각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첫 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 표정이 너무 환한 거예요. ‘엄마, 나 이 학교 너무 좋아’ 하는데, 생의 의지가 발동됐더라고요.”

현준이 엄마 이정은(48)씨 역시 혹시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현준이를 보고, 아이가 상처를 받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하지만 착각이고 기우였다. “아이들은 정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아이들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오염시키는 거예요. 어른들이 은연중에 ‘쟤는 좀 이상해’ 하니까 아이도 배우는 겁니다.” 이씨는 “아픈 아이와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어울려 살다 보면 장애를 편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어른들이 그걸 차단해 버리니까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픈 사람을 바라보면 자연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갑자기 장애인 체험을 하고, 장애인을 도와주라고 말하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 같아도 힘들 것 같아요.”

웅천초에 다니는 김민서군의 엄마 반우영(왼쪽)씨와 조현준군의 엄마 이정은씨가 통합교육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웅천초 1학년 김민서(7)군의 엄마 반우영(39)씨는 자폐성 장애로 지적장애 1급인 민서를 고민 끝에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일반학교에 가서 아이들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며 뭐라도 하나 더 배워야 한다고 한 치료교수 조언 때문이었다. “특수학교에 가면 자기보다 좀 더 힘든 아이들을 보며 퇴행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잠깐씩 학교에 들러서 보면 ‘아, 이래서 통합교육이 좋구나’ 싶어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서 놀면 민서도 눈치를 채고 같이 운동장으로 나갔다가 종이 치면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걸 보고 같이 따라서 들어와요. 혹시 혼자 나가 있거나 못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친구들 따라서 동선을 같이 움직이는 걸 보고 아이가 많이 컸구나 싶었어요. 챙겨주는 친구도 많고요.”

장애아 형제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비장애 자녀들에 대한 걱정은 장애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아픔이다. 민서는 3학년에 형 동규가 다니고 있다. 민서 엄마와 허 교사는 ‘민서가 동규 동생이라는 걸 숨기자. 민서가 놀림을 받든 어쩌든 동규는 아는 체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잘해내는 민서가 교사와 친구들에게 예쁨 받으며 지내는 모습에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내가 민서 형이다’ 정체 공개가 이뤄졌다.

현준이 부모 역시 4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에 대한 염려가 컸다. 올해 전학을 오면서 ‘작은 애가 힘들 수 있으니 절대 알리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이 쏟아졌다. “그런데 작은 애가 전학 간 첫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그랬다는 거예요. ‘6학년에 있는 조현준 형은 제 형입니다.’ 어른들은 다 깜짝 놀랐다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생활처럼 흘러가더라고요.”

특수학교 설립 갈등이 진해 지역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웅천초 이설 후 이 자리에 들어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웅천초 정문 앞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웅천에 몰아넣는 야비한 특수학교 설립, 절대 반대한다'고 적혀 있다. 창원=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3년간 행복한 학교생활을 이어온 현준이는 올 7월 하늘나라로 떠났다. 현준 엄마는 그러나 행복했다고 말한다. “처음 우리 아이를 보면 여기 엄마들도 놀라죠. 그런데 잠깐이고, 마주치면 ‘안녕, 너가 현준이구나’ ‘반가워’ ‘잘생겼다’ 먼저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해주더라고요. 그 자연스러움. 옆집 아이 대하듯이 해줄 때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저는 행복했어요. 이런 학교가 정말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 욕심 때문이 아니에요. 하면 되는 이것을 왜 안 하나요. 그 속에 들어가면 배울 수 있고, 그게 사회생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하늘나라에 있지만,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간절하고 필요한 거예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웅천초는 내년 49개 학급의 대형학교로 단지 내 이설한다. 지금 웅천초 자리에는 특수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서울 강서구와 형편은 비슷하다. 웅천초 교문 앞에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고, 예정된 주민간담회는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현준 엄마 이정은씨가 말했다. “저 플래카드 문구는 누가 썼을까요? 저 사람들은 과연 하루라도 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본 적이 있는 걸까요?”

창원=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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