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쉽다지만… 벌써 통합사회·과학 노이로제

알림

쉽다지만… 벌써 통합사회·과학 노이로제

입력
2017.09.28 04:40
0 0

수업은 토론과 활동평가 위주인데

암기 위주 지필시험 쳐 ‘엇박자’

교사 자율성 강조, 수업 편차 클듯

“수업·필기시험·수능 모두 잘 해야”

입시 주요 변수 되며 학생들 부담감

19일 교육부가 공개해 20일부터 학교 현장에서 전시를 시작한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조원일 기자
19일 교육부가 공개해 20일부터 학교 현장에서 전시를 시작한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조원일 기자

서울 지역 중3 송모(15)양은 최근 중1 때부터 배운 과학 교과서 단원 주요 내용을 다시 노트에 옮겨 적고 있다. 20일 공개된 새 통합사회ㆍ과학 교과서 내용이 중학교 과정과 80% 유사하다는 학원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외국어고 입시를 준비 중인 송양은 27일 “평소 과학이나 수학에 자신이 없는데 특히 새로 만들어진 통합과학 성적이 나쁠까 걱정된다”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빠졌어도 요새는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 불안한 마음에 되새기기라도 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ㆍ과학 교과서가 공개되면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학원가가 본격적으로 학습ㆍ교수법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새 교과서의 난도가 높지 않아 학생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학습량 축소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교육과정의 본래 취지와 달리 결국 내신경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새 교과서에 여전히 암기 위주의 내용이 많은 데다,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크게 차이 나 학생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15년 차 과학학원 강사 이모씨는 “여전히 통합과학 내용이 과학 원리나 탐구 위주라기보다 단순 암기에 치우쳐 있다”며 “교사 자율성을 훨씬 강화한 교과서라 능력에 따라 수업 완성도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차 사회학원 강사 안모씨도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하고 기피하는 사상적 개념이 융합돼 난이도는 기존 고등사회보다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며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통합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단원 별로 핵심질문을 설정해주고 학생들을 몇 개 조로 나누어 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토의ㆍ토론ㆍ발표 ▦탐구 활동 ▦조별 프로젝트 수행 등이 강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통합교과의 취지에 맞춰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학생들이 필기시험에선 결국 ‘맞는 답’을 골라야 해 혼선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일반사회 교사 김모(51)씨는 “열린 토론에 초점을 맞춰 수업하더라도 상대평가로 필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생들은 암기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과정 취지와 평가 방식이 엇박자를 내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학생ㆍ학부모들은 점수 경쟁이 더욱 일상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경기 지역 중3 학부모 김모(42)씨는 “수업 활동과 필기시험, 수능 모두를 잘 해야 하는 그야말로 이중, 삼중 경쟁 체제”라며 “2021학년도 수능에서 통합교과는 빠진다지만 학생부전형 비중이 계속 커지는데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실제 종로학원이 올해 일반고 3학년 2,508명의 고1 1학기부터 고3 1학기의 내신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ㆍ영ㆍ수 등 수능주력교과 성적이 비주력교과(기술가정ㆍ교양, 제2외국어ㆍ한문 등)보다 높은 비율은 인문계 67.6%, 자연계 53.0% 정도였다. 학생들이 수능에 포함되는 과목의 성적 올리기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모든 과목에 힘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신설되는 과목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만큼 미리 내신을 준비하고 싶은 학생들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차근히 짚어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