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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해적 다섯 명이 약탈한 금화 100개를 나누려 한다. 명철하고 용감하되 동료를 절대 신뢰하지 않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배분 규칙을 만들었다. 최고 연장자가 금화를 어떻게 분배할지 계획을 밝힌다. 이후 모두 찬반 투표를 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그 계획대로 나눈다. 찬성이 절반에 못 미치면 최고 연장자를 죽인 후 다음 연장자가 계획을 밝히고 같은 방식으로 찬반 투표를 반복한다. 만약 당신이 그 무리의 최연장자라면 어떻게 나눌 것인가.”

완벽한 규칙처럼 보인다. 연장자의 연륜을 존중해 공동의 성과물을 배분하게 하되, 찬반투표를 거치게 해 견제와 균형의 묘도 갖춘 듯하다. 과연 규칙을 만들 때 기대한 대로 다들 20개씩 사이 좋게, 혹은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게 될까. 불행히도 정답은 ‘최연장자가 셋째와 막내에게 한 개씩만 주고 98개를 가져가게 된다’이다. 최연장자의 제안에 반대표를 던지면 결국 한 푼도 못 받게 될 처지가 바로 그 두 명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내교육을 받다가 이 문제와 예상을 뛰어넘는 답을 접한 이후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우화처럼 느껴졌다.

지난 주말 기아차가 특근과 잔업을 없애기로 한 결정도 그 중 하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말의 통상임금 판결이다. 지금까지 별도 수당으로 지급하던 정기상여금과 점심 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것으로, 일견 성과와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수당으로 분류하지 말고 본봉 같은 개념으로 취급하라는 상식적이고 타당한 판결이다. 하지만 대부분 수당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그래서 통상임금이 늘어나면 임금총액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현 상황에 대한 판단도 미흡했다. 경기가 좋아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판결이 근로자 임금상승이나 추가 고용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끌어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판매하락으로 재고가 늘고 있어 기아차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량 감축과 노동비 절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구축한 해외공장들의 가동률이 100%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생산량은 국내보다 해외에 우선 할당될 가능성이 높아 일자리는 해외에서 먼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승소로 기뻐했던 기아차 근로자들은 한 달도 안 돼 임금이 오히려 줄어들게 됐다. 기아차의 결정은 형편이 비슷한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법 제도나 판결 등이 그 본래 취지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해적의 예에서 보듯 고작 5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도 규칙이 그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판결을 내릴 때 의도가 얼마나 선하고 올바른 것인가는 실제 결과와 별 연관성이 없다. 어찌 보면 선한 의도만 내세우며, 부작용을 양산하는 위정자만큼 그 사회에 위험한 존재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이 다 돼간다. 그 사이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정책은 지난 10년과 정반대로 방향을 돌리느라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양극화 추세를 되돌리고, ‘선 성장 후 분배’ 원칙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시의적절하고 많은 지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선한 의도는 멀지 않은 장래에 나타날 결과로만 정당성을 평가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선한 의도만을 앞세운 채,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반개혁적 책략으로 취급하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런 불안감을 감지한 듯하다. 최근 “현 단계 정부 역할 강화는 변화 초기 단계에 불가피한 ‘오버 슈팅’이며, 그 출구를 어떻게 찾아 다시 균형을 찾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은 한계가 있고, 민간과 시장이 자생력을 갖춰야 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는 뜻일 게다. 다들 아는 걸 실천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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