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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급 공채 폐지하고 7급으로 더 뽑자

입력
2017.09.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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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정년보장 국가공무원을 5급, 7급, 9급의 세 단계로 공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규모 공무원 공채는 7급, 9급으로만 하자. 5급으로 뽑을 수는 있으나 계약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ㆍ국장급 고위공무원단의 민간개방 비율을 현행 20%에서 100%로 늘리자. 개방형은 해당 분야의 최고를 뽑자는 제도이므로 100%로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경제발전에서 공무원, 특히 5급 공채자의 기여는 절대적이었다. 민간에 비해 열악한 보수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인력이 공직에 진입한 이유는 무얼까? 애국심과 함께, 장차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고 본다. 우리처럼 직업공무원이 차관의 대부분을 채우고, 장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예는 외국에서는 찾기 힘들다. 공무원을 정무직에 대거 임명한 것은 개인동기와 국가목표를 일치시킨 묘수였다.

그러나 이젠 소수의 엘리트가 국민을 이끄는 시대는 아니다. 5급 공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첫째, 5급 공채자들이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었다. 규제완화, 지방분권, 보조금 축소가 잘 안 되고, 부처이기주의가 극성인 이유도 이들 탓인 경우가 많다. 고위공무원이 이를 제어해야 하는데 이들도 모두 5급 공채출신이다. 5급 공채자는 국장까지는 당연히 간다고 기대한다. 5급 공채를 유지하는 한 이들의 고위공무원단 독점을 막을 수 없다. 지금도 고위공무원단의 20%를 민간과 경쟁시키고 있으나 승자는 대부분 공무원이다. 5급 공채를 폐지하고 고위공무원단을 100% 개방해도 결국 민간출신과 7급 출신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둘째, 5급 공채자는 승진이 빨라 대개 50대 중반에 퇴직한다. 우수 인력 활용 측면에서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퇴직자와 재직자간의 결탁 가능성이다. 재직자는 퇴직 후 갈 만한 기관에 미리 호의적 결정을 내리고, 그 기관에 간 이후에는 대정부 로비스트가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직자가 60세 정년까지 공직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5급으로 뽑으면 안 된다. 세월호 사태 이후 5급 행정고시가 관피아의 배경으로 지목돼 결국 민간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됐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행시라는 충원방법이 아니라 공무원을 5급 공채로 뽑는다는 것이었다. 5급 공채 자체를 폐지했어야 한다.

셋째, 공직자의 잦은 보직변경에 따른 전문성 저하도 5급 공채와 관련이 있다. 5급에서 차관에 이르려면 빨리 승진해야 하고 폭 넓은 경험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은 퇴보로 여겨진다. 7급에서 시작하여 대부분 과장으로 끝난다면 자주 옮길 필요가 없어 전문성도 크게 제고될 것이다. 또 실ㆍ국장급이 모두 계약직 개방형이 되면 최소 3년을 재직하므로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고위공무원을 기대하는 현 5급 공채자에게 지나친 불이익을 주어선 안된다. 고위공무원단의 개방비율을 20%에서 100%로 점진적으로 올려가자. 정치권 압력으로 인한 부적격자 임용이 없도록 선발 과정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훌륭한 민간의 인재가 고위공무원단에 도전토록 하는 것이 보완책의 핵심이다. 개방형 임용자의 소신 없는 눈치 보기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무원 출신 실ㆍ국장은 눈치 보기가 더 심하다. 현 정부 내에 차관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3년 근무하고 원대 복귀하는 민간출신 계약직이 더 독립적 판단을 할 수 있다.

5급 공채를 점차 줄여 나가자. 대신 현 6급과 7급을 빨리 승진시키고 7급 공채를 점차 늘려가자. 공직자의 질 저하 우려도 하는데, 올해 7급 공채 경쟁률이 66대 1이고 훌륭한 인재들도 낙방하고 있다. 7급 공채는 현행 시험방식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객관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회로서 7급 고시의 의미는 크다. 5급 공채는 없애고 7급 공채를 늘리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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