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원 페이콕 대표
24년전 엔지니어 근무 경험 발판
무선카드조회기 등 개발 상용화
2015년 핀테크업체 페이콕 창업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POS 없이도 3초안에 결제되는
판매자용 결제 솔루션 개발
캄보디아ㆍ싱가포르ㆍ러시아 등
해외시장서 사업제휴 활발
“5년 뒤엔 몸이 결제 수단될 것”
판매자용 간편결제 솔루션 페이콕의 권해원 대표. 배우한 기자

‘삼성페이 LG페이 애플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핀테크 기술 발전과 함께 간편결제가 확대되면서 익숙해진 서비스 이름들이다. 이제 적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만으로 수초 안에 결제를 하는 일은 당연한 일상이 됐다. 반면, 판매자들은 어떨까. 아직도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기기를 대당 100만~300만원에 사고, 무선 결제 단말기를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거나 휴대폰에 별도 카드리더기를 끼우기도 한다. 무선 결제기도 여전히 20만~30만원, 스마트폰 카드 리더기 역시 최소 6만원은 든다. 소비자와 똑같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만 있으면 되는 판매자용 간편결제를 만들겠다고, 창업해 해외 시장까지 매료시킨 서비스가 있다. 바로 ‘페이콕’이다.

페이콕을 이끌고 있는 권해원 대표는 24년을 꽉 채워 금융업계에서 살았다. 1994년 3월 1일 카드 결제 단말기 수리 기사로 첫 출근을 했다. 그는 카드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폭증하는 걸 목격했다. 현금이 사라지는 결제 시장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권 대표는 “당시 대기업도 여전히 현금이나 어음으로 결제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카드 사용도 늘어나고 있던 과도기 한 가운데에 있었다”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고 결제 시장을 판매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소비자용 결제 솔루션과 판매자용 결제 솔루션 진화 방식. 페이콕 제공

권 대표는 97년 케이블 타입의 무선 카드조회기(케이블로 휴대폰과 카드 리더기를 연결한 형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A 피자 브랜드가 이 기기를 재빠르게 도입하자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순위가 뒤집어지기도 했다. 배달 기사들이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을 항상 연결한 채로 달리다 보니 고장이 자주 나 권 대표는 99년 모뎀을 카드 결제 기기 안에 넣은 일체형 카드조회기를 만들기도 했다. 결제 시장만 들여다보던 그가 페이콕을 설립한 건 2015년 7월이다.

권 대표는 “페이콕을 만들게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콕은 판매자용 결제 솔루션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소비자 결제 솔루션이 현금에서 실물카드, 간편결제로 발전해 왔듯 장부, POS를 거친 판매자용 결제 솔루션의 미래를 미리 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이콕은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해 두면 카메라로 신용카드, QR코드(2차원 바코드), 모바일 페이, 모바일 앱 카드 등 상대방이 내미는 모든 결제 수단을 인식하고 3초 안에 결제가 끝난다. 페이콕의 핵심 경쟁력인 광학문자인식(OCR) 기반의 영상인식 기술 덕분이다.

그는 “카드 번호가 양각으로 새겨진 경우는 그림자를 인식하고, 색만 다르다면 배경과 글자를 구분해 읽어낸다”며 “보험설계사, 전통시장 상인, 배달 대행 종사자들, 퀵 서비스 기사 등 모두가 별도 기기 없이 휴대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앱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구동되고 태블릿PC 등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페이콕의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캄보디아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케냐 등에서 현지 금융 기업들과 핀테크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아직 신용카드, 카드결제기 등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으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집중 공략 대상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금융 정보기술(IT) 기업 앱아이티와 사업 제휴를 맺어 러시아 모바일 결제 솔루션 사업에도 나섰다.

권 대표는 “페이콕 기술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에 비해 현지화가 쉽고 개발도상국은 결제 관련 기기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송금 및 결제 방식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우도 IT 인프라가 좋지 않지만 현지 금융 업체들의 생각은 깨어 있어 많은 돈을 들여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들여오려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KB금융그룹, 신한카드, KG이니시스 등과 스마트 금융 사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페이콕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결제 시장을 판매자 입장에서 접근해 발 빠른 기술 개발로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대표의 지론은 “5년 뒤 내놓을 제품을 지금 준비하라”라고 한다. 그는 “후발업체들이 우후죽순 이 시장에 들어올 텐데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산업은 경쟁이 있어야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라며 “우리는 더 앞서가기 위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기술 발전 속도를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콕이 예상하는 5년 뒤의 결제 시장이 문득 궁금해졌다. 모바일 결제의 다음 단계에 대해 묻자 권 대표는 “5년 뒤면 모바일 기기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의 신체가 표현하는 시각적 요소나 몸의 쏘는 전파 등을 수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며 그 때 페이콕은 그 신호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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