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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들은 아파트 입구 비번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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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들은 아파트 입구 비번을 알고 있다

입력
2017.09.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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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주문했는데 문 앞서 딩동

“빠른 배달 위해 건물 비번 공유”

원룸 등 혼자 사는 여성 불안감

오피스텔 들어가 택배 절도 등

거주지 침입 범죄 해마다 증가

종사자 “범죄자로 보는 시선 씁쓸”

서울 송파구 소재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조모(29)씨는 최근 배달음식을 주문했다가 예상치 못한 노크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음식 주문 때 알려준 건 건물 이름과 호수뿐인데, 배달원이 1층 현관문을 ‘알아서’ 열고 들어와 곧장 문을 두드렸기 때문. “1층 현관에서 호출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지자 “빠른 배달을 위해 웬만한 건물들 비밀번호는 직원끼리 공유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씨는 “업무 편의 목적은 이해하지만 같은 건물에 혼자 사는 여성들도 많은데 입주자 동의도 없이 불특정 다수가 집을 드나들고 있다 생각하니 무섭다”고 했다.

원룸 오피스텔 등 1인가구 밀집지역 상인 또는 배달원이 건물 출입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거주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업무상 건물을 수시로 드나들 수밖에 없는 배송업체 직원들은 “수월한 업무를 위해 비밀번호 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거주자들은 “당연히 주민 동의를 얻고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선다.

불안감엔 이유가 있다. 외부인 출입을 2중, 3중으로 통제하는 아파트나, 지문인식 출입문을 도입하는 오피스텔이 등장하는 등 주택 보안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주거침입 범죄는 최근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7,593건이던 주거침입죄 발생 건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 1만1,638건에 달했다. 5년 새 무려 65% 늘어난 셈이다.

실제 지난 3월엔 30대 남성 오모씨가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으로 일할 때 적어뒀던 인근 건물 출입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원룸과 오피스텔 복도에 놓여있던 택배 물품을 50여 차례 훔쳐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오씨는 등산복 영양제 등 자신이 직접 쓸 수 있는 물건 외에도 원피스나 레깅스 같은 여성용 의류까지 거둬들였다.

배송업체 종사자들은 반발한다. 택배운송업자 손모(45)씨는 “누군가가 알려준 번호를 적어놓은 것일 뿐, 신분과 목적도 확실한 데 일일이 허락 받고 들어갔다간 그날 맡은 배송을 다 해내기 어렵다”면서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도 씁쓸하다”고 했다. 일부는 (오랫동안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아) 출입문 버튼 특정 번호만 지워져 있거나, 아예 출입구 근처에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되레 건물 관리자 부주의를 꼬집는다.

다만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신문이나 우유 등 매일 정기적으로 오가는 배달원에 대해선 거부감이 덜하다. 이들이 건물 출입문 비밀번호를 공유하거나, 출입카드를 소지한 경우도 있지만 안면이 있다 보니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거주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전제 하에 업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을 것을 권했다. 곽창용 송파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보안 시스템은 철저히 지키되 상시 출입자에겐 출입카드를 제공하는 등 주민 불안과 업자들 불편을 함께 해소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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