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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식민지? 머스크는 현실도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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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식민지? 머스크는 현실도피자”

입력
2017.09.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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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는 2016년 인공지능(AI)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엘론 머스크는 2016년 인공지능(AI)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화성을 바꾸기 전에 지구부터 바꿔라!”

우주 개발 프로젝트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여행과 화성 식민지 사업을 공언한 사업가 엘론 머스크에 대한 직격탄이다. 이음출판사가 창간한 과학 비평 잡지 ‘에피’ 창간호에 머스크를 비판한 ‘엘론 머스크의 값비싼 몽환’이 그것이다. 글쓴이는 앤드루 러셀 뉴욕주립대 교수, 리 빈셀 버지니아공과대 교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머스크의 모습은 테슬라 모터스를 통한 전기차 사업이다. 저자들은 이 사업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지금 현재 지구의 문제와 맞서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를 통한 우주여행과 화성식민지화 사업에 대해서는 몹시 비판적이다.

머스크가 우주여행 프로그램에 열 올리는 명분은 인공지능(AI)이다. 그는 AI가 인류 종말을 앞당기리라는 예언적 비판에 동참해왔다. 언뜻 기술만능에 저항하는 양심적 비판 같은 얘기지만, 실은 그게 그렇지 않다. 알파고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저자들은 AI에 의한 인류종말 시나리오를 “인류가 지금 직면한, 혹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직면한 적 있는 유형의 실존적 위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머스크가 이 가능성 낮은 일을 이유로 덜컥 “그러면 화성으로 떠나자”는 해법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보기에 이는 늘 있어왔던 하나의 사회문제를 명백히 보여준다. 바로 “지구를 돌보거나 고쳐서 이곳에 남는 대신 혁신을 통해 지구를 떠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계획에 따르면 화성 이주 때 자족적인 문명의 단위로 존속할 수 있게 하려면 인구 규모가 100만명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71억2,500만명이라는 지구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100만명은 0.014%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 루시앵 발코비츠는 대놓고 “화성을 우리가 살 수 있게 바꿀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지구를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보존하는 훨씬 더 쉬운 과업을 성취하라”고 비판했다. 저자들은 0.014% 사람들을 위한 머스크의 계획에 열광한다면, 안 그래도 1% 주류사회에만 봉사한다고 비아냥을 받아온 주요 정치인들은 그럼 공산주의자냐고 되묻는다.

심지어 우주개발 계획은 지금 명백히 하향세다. 체제경쟁 성격을 띠었던 우주 개발은 옛 소련 붕괴 뒤 뚜렷한 하향세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과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재난”은 사실상 “유인 우주 프로그램의 종료”를 불러왔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투입이 줄어들고 있는 이 때에 왜 스페이스X에는 열광해야 하느냐는 얘기다.

여기서 저자들은 머스크의 성장상 문제점을 꼽는다. 풍족하지만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난 편협한 기술광이기에 타인들과의 연대와 공감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머스크에 대한 열광은 미래와 꿈을 향한 것이 아니라 현실도피, 도덕적 무심함이라는 병폐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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