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설치하러 들어간 직도
괭이 갈매기 무리에 점령돼
공군, 6월 발사 계획 9월로
공군 F-15K 전투기에서 발사한 타우러스 미사일이 12일 서해 직도 사격장의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고 있다. 공군제공 연합뉴스

“정말 타이밍이 절묘했다.”

지난 12일 서해 직도 사격장에서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의 실사격에 성공한 뒤 군 관계자들은 환호하며 이렇게 말했다. 타우러스 발사가 그간 여러 달 미뤄지며 애간장을 태운 탓이다. 하지만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이후 우리 군이 내놓은 가장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로 타우러스 발사 성공이 부각되면서,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당초 공군은 6월쯤 타우러스 첫 발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지난해 12월 대구공군기지에서 거창하게 전력화 행사를 열었으니, 속히 실제로 발사 버튼을 눌러 성능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우러스가 어떤 무기인가. 사거리가 500㎞에 달해 중부지방에서 쏴도 북한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고, 목표물 반경 3m 안에 명중하는 최고의 정확도를 자랑해 공군이 늘 열망하던 미사일이다. 1발당 20억원의 돈을 들여 무려 170발을 들여오기로 한 것도 성능에 대한 이 같은 확신에서 비롯됐다. 육군 K-9자주포의 국내 공급가격이 대략 40억여 원인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고가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그 위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아뿔싸. 전혀 예상치 않은 훼방꾼이 나타났다. 괭이갈매기였다. 6월 발사를 앞두고 표적을 설치하러 공군 요원들이 직도에 들어갔는데, 괭이갈매기 무리가 워낙 떼지어 섬을 점령하고 있어 매몰차게 쫓겨났다고 한다. 괭이갈매기가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무기 성능을 시험하자고 소중한 생명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8월까지 무려 3개월간 공군은 애꿎은 괭이갈매기만 바라보며 직도 진입에 실패했다.

갈매기들이 섬을 떠나고 D데이가 9월 둘째 주로 잡혔다. 군 당국은 이례적으로 타우러스 발사 일정을 언론에 미리 예고했다. 통상 발사시험이 끝나고 나서 영상을 공개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군 관계자는 23일 ”우리 군으로서는 어찌 보면 모험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만큼 타우러스의 성능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촬영과의 전쟁이었다. 깔끔한 사진과 영상으로 발사과정을 포착해야 국민의 신뢰를 듬뿍 얻고 강력한 대북 응징능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군의 베테랑 요원들이 총동원됐다. 공군 F-15K전투기에서 발사한 타우러스 1발을 카메라에 잡기 위해 전투기 4대가 동시에 이륙했다. 1대는 실제 발사, 1대는 발사 실패를 대비한 예비용, 또 1대는 미사일 촬영용, 마지막 1대는 미사일의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나란히 4대의 F-15K 전투기가 서해 상공에서 숨가쁜 레이스를 펼쳤다.

지상에서도 긴박한 촬영 준비가 진행됐다. 표적에 명중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CN-235수송기 2대를 근처에 내려 뒷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이댔고, 해상에서는 함정에서 다양한 각도로 타우러스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타우러스가 표적을 향해 날아왔다. 가로 6m, 세로 3m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2개를 붙여 가로, 세로 6m의 목표물을 만들고 가운데에 3m 길이의 별 모양을 그려 넣었는데, 타우러스는 정확히 별 안으로 내려 꽂혔다.

국방부와 합참, 공군은 물론이고 독일의 타우러스 제작사와 타우러스 미사일을 F-15K에 장착하는데 관여한 미국의 보잉사 등 여러 기관과 업체의 관계자들이 숨죽이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표적에서 빗나갔다간 타우러스 제작사를 상대로 우리 군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공으로 마무리되면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단 1발을 위해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왜 1발이냐구?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타우러스를 굳이 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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