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달 10만원씩 하나멤버스 이용
현금을 삼성카드 포인트로 전환
2년간 투자해 4인가족 호놀룰루로
‘짠테크’로 1200만원 아낀 셈
#2
‘현금 10만원→ 10만 삼포’ 적금
카드결제 한 번 없어도 가능
삼포, 모바일ㆍPC로 15분이면 OK
연간 최대 100만 포인트 적립 가능
#3
카드 설계 빈틈 파고드는 소비자들
마일리지 전환율 높은 상품 찾고
고객 유치 출혈경쟁서 기회 포착

‘삼포적금 86만원으로 하와이행 비즈니스 항공권.’

주부 A(46)씨는 올 여름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네 식구의 비즈니스 항공권을 구하는데 든 비용은 344만원과 약 25만원의 공항이용료, 유류할증료까지 약 370만원이 전부였다. 현재 아시아나 예매사이트에서 호놀룰루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을 살 경우 1인당 40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1,200만원 넘게 아낀 것이다.

‘실화냐’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냐’며 지인들을 놀라게 한 이 여행의 비밀은 삼성카드 포인트(삼포)다. A씨와 남편은 2년 전부터 삼포를 모았다. 2년 동안 확보한 포인트는 400만. 이 중 344만 포인트를 10대 1의 전환비율이 적용되는 타이항공 마일리지 34만4,000마일로 바꿨다. 8만6,000마일을 공제하면 타이항공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 비즈니스석 보너스 항공권 1장을 쓸 수 있다. 타이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제휴관계(스타얼라이언스)를 맺고 있어 네 식구는 실제로는 아시아나항공을 탔다.

이 만큼 포인트를 모으려면 결국 카드를 수 천 만원 긁은 것 아니냐는 예상을 여지없이 짓밟으며, A씨는 카드 결제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삼성ㆍ신세계지앤미체크카드와 삼성아멕스그린카드 등 카드 2장을 만들고 현금으로 포인트를 살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해 적금 붓듯 정기적으로 포인트를 적립했을 뿐이다. 신세계 포인트를 다시 삼포로 전환하고 최종적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로 쓴 것이다. “카드를 굳이 결제하는 데 쓰지 않아도 돼요. 카드사가 제휴를 맺은 다양한 회사들의 부가서비스를 활용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거든요. 삼성카드는 ‘현금→삼포→타이항공 마일리지’로 이어지는 정거장일 뿐이죠.”

흔히 ‘신공(神功)’이라 불리는 기가 막힌 카드 활용법의 깊이와 한계를, 범인들은 가히 가늠하기도 어렵다. 특히 삼포가 신공의 주요 대상이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신세계 포인트를 비롯해 많은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과 항공사 마일리지, 특히 인기가 많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확보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보통 신용카드 포인트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바꿀 때 20대 1(20포인트=1마일)만 인정해줘도 좋은 편인데 삼포는 15대 1의 비율로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제휴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 항공의 경우 1,200만~1,500만원 하는 뉴욕 왕복 일등석(퍼스트클래스)을 200만 삼포로 얻을 수 있다.

86만원의 현금으로 신용카드 포인트를 사 400만원짜리 하와이행 비즈니스 항공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이건 실화다. 카드 2장, 현금, 컴퓨터, 그리고 매달 적금을 붓는 정성만 있으면, 마술처럼 값싼 항공권이 튀어나온다. 일러스트 신동준 기자

매달 15분 투자해 삼포적금 붓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삼포가 항공권으로 둔갑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삼성카드의 포인트 쌓기를 흔히 ‘적금’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매달 적립 한도까지 현금을 써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 정기 적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카드 1개당 ‘1개월 10만포인트, 1년 100만포인트’까지로 포인트 적립을 제한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삼포적금을 붓기 시작한 프리랜서 B(46)씨는 월초가 되면 다른 일 제쳐 두고 적금 붓기부터 한다. 준비물은 스마트폰, 노트북, 현금 10만원, 삼성카드(지앤미체크카드)다. 삼포적금의 시작은 요즘 뜨고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토스(TOSS)에서부터다. 자신이 쓰는 시중 은행 계좌에서 10만원을 토스 계좌로 불러온다. 이어 하나멤버스 앱을 열어 토스에 있는 10만원을 하나멤버스 포인트로 바꾼다. 하나멤버스 포인트는 다시 OK캐시백 포인트로 전환한다. 한 번에 OK캐시백으로 바꿀 수 있는 한도가 5만포인트이므로 두 번에 걸쳐 전환해야 한다. OK캐시백 포인트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바꿀 수 있지만 여기서 멈추면 손해다. 그 전환 비율이 22대 1(22포인트=1마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행선지로 신세계 포인트를 찍어야 한다. OK캐시백까지는 스마트폰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신세계 포인트부터는 노트북이나 개인용컴퓨터(PC)로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신세계 포인트 환전소에 들어가서 삼성카드 포인트로 전환을 하면 10만 삼포를 수중에 넣는다. 토스부터 삼포 전환까지 걸린 시간은 길어야 15분.

B씨는 “처음엔 너무 복잡해 보여서 지레 겁을 먹고 귀찮기도 했죠. 그런데 실제 한 두 번 해보니까 그 때부터는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매달 초에 15분에 10만원만 투자하면 끝납니다”라고 말했다.

삼포적금의 경로는 이것 하나만이 아니다. CJ 계열사들의 CJONE 포인트, 에쓰오일보너스카드의 S-포인트, BC카드의 BCTOP포인트 등도 하나멤버스 포인트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나멤버스 포인트 대신 우리카드 다모아포인트나 KB국민은행 포인트리도 OK캐시백 포인트로 바꿀 수 있다. OK캐시백 포인트 대신 신한카드 신한마이포인트도 신세계 포인트와 맞바꿀 수 있다. 또 신세계 포인트 대신 SC제일은행의 360리워드포인트가 삼포로 전환 가능하다.

마일리지 사용 땐 ‘2-4-4' 법칙

이렇게 쌓은 삼포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연간 모을 수 있는 한도인 100만 삼포를 모두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바꾸면 좋겠지만 삼성카드는 1년에 최대 30만포인트만 마일리지로 바꿀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고수들은 ‘2대 4대 4’ 신공을 조언한다. 20만-40만-40만포인트로 나눠 세 번에 걸쳐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선 20만 삼포는 직접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한다. 남는 80만 삼포를 활용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신공, SPG포인트를 활용한다. SPG포인트는 쉐라톤, W, 웨스틴, 르메르디앙, 알로프트 등 11개 브랜드 호텔과 리조트 1,300여개를 100여 나라에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호텔체인 스타우드의 포인트다. 연회비 3만원의 삼성 아메리칸익스프레스그린카드만 있으면 삼포를 SPG포인트로 바꿀 수 있다. ’20 삼포=1 SPG포인트=1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공식이 적용된다. 삼포에서 직접 마일리지를 얻는 것(15대 1)보다는 전환 비율이 불리하지만 다른 신용카드 중 전환 비율이 가장 좋은 경우가 22대 1이니 그 보다는 남는 장사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한꺼번에 2만 SPG포인트(40만 삼포)를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5,000마일을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5,000포인트를 돈 주고 산다면 175달러(약 20만원)가 필요하니 적지 않은 이득이다. 결론적으로 40만 삼포로 대한항공 2만5,000마일을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100만 삼포를 가졌다고 할 경우 1년에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는 ①20만 삼포를 15대 1로 전환한 1만3,333마일 ②40만 삼포를 SPG포인트 거쳐 마일리지로 바꾼 2만5,000마일 ③한 번 더 ②를 반복해 얻은 2만5,000마일로 총 6만3,333마일을 얻을 수 있다. 6만 마일이면 비즈니스석으로 동남아 왕복 보너스 티켓(비성수기)을 얻을 수 있다.

“마일리지 돈 주고 산다”

삼포적금처럼 카드 결제를 전혀 하지 않고 현금을 부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방법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마일리지 쌓기에 유리한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또 다른 신공이다. 카드 고수들은 하나카드 크로스마일(크마), 삼성카드 앤마일리지, 씨티은행 메가마일을 ‘마일리지 3대 천왕’으로 꼽는다.

B씨는 일상생활에서 크마를 주로 쓴다. 크마는 결제금액 1,500원당 대한항공 마일리지 1.8마일을 적립해 준다. 여기에 1년 결제액이 1,500만원(월평균 125만원)이면 5,000마일을, 3,000만원(월평균 250만원)이면 1만마일을 추가 보너스로 받는다. 매달 125만원을 크마로 결제하면 보너스 포함 총 2만3,000마일을 획득하는 것이다.

나아가 1년에 30만원을 주고 2만마일을 살 수 있는 ‘크마 세이브(SAVE) 프로그램’이 있다. B씨는 “마일리지를 돈 주고 산다는 생각은 잘 못하죠. 물론 큰 돈 들일 수는 없어요. 15원당 1마일은 매우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각광을 받는 것이겠죠.” 결국 1,530만원이면 4만3,000마일을 확보하는 셈이다. 월 10만원의 삼포적금, 월 125만원의 크마 결제, 크마 세이브까지 하면 1년에 1,630만원을 들여 총 10만6,333마일의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얻게 된다.

앤마일리지와 메가마일은 결제금액 1,000원당 1마일을 쌓을 수 있어 다른 카드에 비해 마일리지 적립률이 매우 높다. 복잡한 삼포적금이 귀찮은 이들은 카드 쓰는 만큼 마일리지가 쌓이는 이런 카드를 선호한다.

똑똑해진 소비자, 빈틈 파고 들기

삼포적금은 어느 날 누군가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회원 수 50만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고릴라닷컴 등 카드 혜택과 마일리지 활용에 관심 많은 이들이 모인 카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나누며 하나하나 찾아낸 길이다. 한 번 찾은 길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카드사와 제휴사들은 사람들이 부가서비스를 너무 많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연간 최대 한도를 두거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식으로 계속 조건을 바꾼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다시 그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새로운 길을 만든다.

삼성카드도 이런 신공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신세계닷컴, 스타우드호텔 그룹과 포인트를 공유하는 제휴를 맺고, 대한항공 타이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여러 항공사들과

직장인 김모씨는 매달 초면 삼포적금 붓기를 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가지고 현금 10만원을 삼포 10만 포인트로 바꾸는 작업은 15분이면 끝난다고 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다른 카드사보다 좀 더 높은 비율로 전환하는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했을 뿐이다.

고수의 신공은 보너스 항공권 사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된다. 올봄 청담동 A호텔은 때아닌 예약 전쟁이 벌어졌다. 이 호텔은 스타우드 그룹에 속해 있는데, 이곳에서 마스터카드 중 월드마스터카드로 1박을 하면 자동으로 ‘골드 등급(티어)’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골드 등급을 받으면 객실 무료 업그레이드, VIP 라운지 무료 이용, 2인조식 뷔페 무료 등의 큰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지난해 스타우드 그룹이 메리어트호텔 체인과 합병을 하면서 전 세계 스타우드호텔 체인은 물론 메리어트호텔까지 골드 등급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혜택이 알려지면서 월드마스터 카드 중 하나인 ‘우리그랑블루체크카드(그랑블루)’를 만들려는 사람들로 우리은행 창구가 장사진을 이뤘다. 체크카드라 신용카드보다 신분 확인 절차가 간소해 주부들이 몰렸다. 원래 스타우드그룹 호텔에서 1년에 10박 혹은 25박을 해야 딸 수 있는 골드등급을 그랑블루 카드로 13만원(1박)을 결제하면 얻게 되니 이 정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소비자들이 빈틈을 파고드는 적기는 경쟁사들끼리 불꽃튀는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칠 때다. 지난해 신규 면세점들이 대거 문을 열면서 면세점 업계에서 VIP 멤버십을 남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생 HDC신라면세점은 신한카드 VIP 고객인 신한탑스클럽 회원과 삼성카드 더오카드 소지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블랙등급을 줬다. 이러자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은 이들 HDC신라면세점 블랙등급 고객들을 자동으로 블랙등급으로 업그레이드 해줬다. 원래 신라면세점 블랙등급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최근 3년 동안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 물건을 사야 했다. 심지어 또 다른 신생 업체인 두산타워면세점은 HDC신라면세점 블랙 고객들에게 10만원 선불권, 라운지 이용권, JW메리어트 동대문 음료권이 포함된 다이아몬드, 핑크다이아몬드 등급을 제공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VIP 신용카드 하나만 있으면 자동으로 여러 면세점의 골드등급 이상의 VIP 회원이 되고, 가만히 앉아서 융슝한 대접을 받았던 것. 면세점업계에선 출혈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만 높인다는 우려가 컸지만 한번 만들어진 경쟁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카드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을 효과적으로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신용카드 써라

직장인 C(31)씨는 신용카드 4장을 번갈아 쓰고 있다. 1번 카드는 커피 전문점,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에서 쓰는 카드, 2번 카드는 현금으로 마일리지를 사는 카드, 3번 카드는 해외 직구나 해외 여행ㆍ출장 때 쓰는 카드, 4번 카드는 나머지 일상생활에서 쓰는 카드다. “전에는 카드 한 장에 포인트 적립을 몰아 했지만, 요즘은 쇼핑, 여행, 자동차 식으로 주제별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더 주는 맞춤형 카드들이 많잖아요. 그 쓰임새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쓰는 거죠.”

카드, 여행, 쇼핑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똑똑하고 얄미운 Aedi’ 블로그를 운영하는 직장인 D(37)씨는 카드사 홈페이지를 주목하라고 귀띔한다. 카드사에서 ‘항공권 할인 이벤트’ ‘온라인 쿠폰 발행 이벤트’ ‘해외 결제시 포인트 추가 적립 이벤트’ 등 시시각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이런 추가적인 혜택을 놓치지 말라는 것. 그는 “삼포적금은 적금이라는 말에서도 담겨 있듯 자신의 형편에 맞게 끈기를 갖고 조금씩 모으자는 취지입니다. 과거 부모님들은 적금 타서 집안 살림 장만이나 자식들 등록금에 썼다면 지금은 그 적금으로 좀 더 좋은 여행, 취지를 즐기자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고객을 유치하려는 카드사의 마케팅과, 그 혜택을 1원까지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밀고 당기기가 무협처럼 펼쳐지는 소비의 세상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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