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오전 6시 57분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고도 약 750㎞로 날아 오전 7시 4분 일본 영공에 진입하고 7시 6분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여 7시 16분 에리모미사키 동쪽 2,200㎞ 해상에 떨어졌습니다.’ 그날 아침 모처럼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일본 공영방송 NHK의 숨가쁜 보도를 들었다. 화면 한 쪽의 큼지막한 박스에는 정부가 발표한 ‘국민보호에 관한 정보’가 떠 있었다. ‘홋카이도,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군마현, 니가타현, 나가노현 일대 주민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할 경우 결코 가까이 가지 말고 곧바로 경찰과 소방 등에 연락해 주십시오.’

나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여겨 얼른 한국 공영방송 KBS로 채널을 돌렸다. 그러나 KBS는 미사일발사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인준 부결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인준 전망 등을 다루고 있었다. 화면 밑 자막을 살펴봐도 미사일 관련 뉴스는 없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나는 NHK가 그 뉴스를 재방송하는 것 아닌가 여기고 채널을 다시 돌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NHK는 일본정부가 이미 국가안전보장회의 각료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총리관저에서 중계방송을 했다. 나는 다시 KBS로 채널을 돌렸다. 화면은 태풍에 휩싸인 오키나와 풍경을 가득 비췄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KBS와 NHK를 꼼꼼히 시청하며 기록했다.

NHK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계속 보도했다. 비행거리와 착탄지점, 미사일의 유형과 사정거리 등이 속속 확인되었다. 물론 정규방송은 일절 중지됐다. 7시 30분쯤 스가 관방장관의 담화를 중계했다.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북경의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는 게 주지였다. 그리고 미사일 전문가 고다 요지 해상자위대 전 사령관의 분석을 전했다. 미사일의 정체는 화성 12형 ICBM으로 밝혀졌다. NHK는 미국과 한국의 동향도 특파원을 연결하여 보도했다. 미 태평양군사령부의 정보 분석도 전했다. 평양 근처 순안에서 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700㎞로서, 3,400㎞인 괌을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KBS는 7시 30분쯤 속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도했다. 7시 45분쯤 일본의 대응 등을 짧게 전했다. 정규방송은 계속되었다.

NHK는 9시 뉴스에서 북한의 미사일발사 관련 정보를 반복해서 자세히 보도했다. 도중에 스가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을 중계했다. “현재 낙하물은 확인되지 않고, 선박과 비행기의 피해는 없다. 앞으로 수색과 조사를 계속하겠다. 8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는데, 국제연대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여 정책을 바꾸도록 하겠다. 북경의 북한 대사관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고 지킬 것이다. 계속하여 미사일 관련 정보를 꼭 전달하겠다”. 이어서 몰려든 기자들 질문에 일일이 답변했다. “자위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부터 낙하까지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항상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귀국 중인 아베 총리는 비행기 속에서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며 여러 지시를 했다.”

마침 NHK 화면 한쪽에는 인도 방문을 마치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아베 총리의 동정이 실시간으로 떴다. 귀국하자마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다시 소집한 아베 총리는 9시 24분쯤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하다, 경제제재를 공고히 할 것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소집을 요구한다, 일미공조로 국민의 안전과 안심 확보에 진력하겠다”. 총무성은 전국에서 접수된 피해신고는 없고 중단된 열차운행도 정상화되었다고 발표했다. NHK는 또 서울의 특파원을 연결하여, ‘8시부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다, 북한에 강경한 자세로 임하면서도 800만 달러의 인도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게 한국의 대응이라고 전했다.

KBS는 계속 정규프로 ‘아침마당’을 방영했다. ‘다시 사노라면 이런 짝을…’이라는 묘한 부제가 붙어 있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직후부터 2시간 45분 동안 지켜본 한일의 공영방송은 이렇게 달랐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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