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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어린이용 소시지서 수제맥주·샐러드까지…젊은 식품업체로 탈바꿈

입력
2017.09.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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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이끄는 40대 젊은 경영인

부친 사망 뒤 정체된 회사 살리려

다니던 금융회사 접고 경영 합류

박정진 진주햄 대표가 진주햄의 트레이드 마크인 `천하장사` 소세지와 함께 진주햄이 만드는 수제맥주 `카브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정진 진주햄 대표가 진주햄의 트레이드 마크인 `천하장사` 소세지와 함께 진주햄이 만드는 수제맥주 `카브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천하장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이만기, 강호동과 같은 씨름판의 진짜 천하장사와 어린 시절 동네 구멍가게서 사 먹던 간식용 소시지 천하장사.

바로 그 어린이 간식용 소시지 천하장사를 만드는 50년 중견식품업 진주햄이 최근 젊은 식품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아버지 뒤를 이어 진주햄을 경영하고 있는 젊은 경영인 박정진(43) 사장이 있다.

박 사장이 진주햄 경영 일선에 나선 지 5년이 채 안 됐다. 박 사장은 씨티그룹과 삼성증권 등 금융권에서 10년 간 일하다 부친 박재복 회장이 작고하면서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박 사장은 “금융권에서 인정받는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회사를 책임지게 되면서 그 꿈을 포기하게 돼 아쉬운 마음은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진주햄의 성장과 변화에 집중하는 데서 새로운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햄은 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진주햄이라는 사명이 무색하게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2015년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카브루(KA-BREW)’를 인수해 주류시장에 진출했다. 카브루를 통해 현재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홍익대 앞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명 주점에 수제맥주를 공급하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카브루 맥주를 찾는 주점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7월 경기 가평군에 공장을 하나 더 짓기도 했다.

소시지에 캐릭터 접목해 변화주고

2015년 수제맥주 ‘카브루’ 인수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 론칭도

3년내 회사 매출 3000억 목표

종합식품회사로 도약 준비 착착

박 사장은 “카브르 매출은 매년 20%씩 성장해 올해는 5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수제맥주 회사 인수로 회사 이미지도 젊어지고 소시지 등 기존 진주햄 사업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주햄은 이 밖에도 급식업체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샐러드 프랜차이즈 업체 ‘샐러디’를 통해 외식사업에도 새롭게 발을 디디는 등 종합식품 회사로의 도약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진주햄과 별도법인이지만 박 사장은 동생 박경진 부사장(38)과 함께 컨비니언스라는 IT서비스 회사를 통해 콘돔 판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컨비니언스는 원래 중국에 수출한 진주햄을 모방한 가짜 상품이 범람하자 진품 감별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세워진 회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콘돔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미혼모와 고아를 위한 시설에 기부하는 등 사회적 공헌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박경진 부사장의 중학교 동창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도 참여하고 있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낙태율이 1위라는 얘기를 듣고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밖에 마스크를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환경미화원 복지 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 범위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72억원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 진주햄은 사실 그 역사를 따져보면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화려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식품기업이다.

외환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치기 전 진주햄은 재계 30위권인 조양상선그룹에 속해있던 대기업 소속의 계열사였다. 조양상선그룹의 총수는 박 사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박남규 회장이었다. 알리안츠로 매각됐지만 당시 생명보험업계 4위 규모를 자랑했던 제일생명도 조양상선그룹 계열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박 사장의 선친 고(故) 박재복 회장은 진주햄경영권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간식용 먹거리가 늘어나면서 ‘옛날 소시지’ 진주햄을 찾는 어린이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진주햄 부도설이 재계에 돌았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무렵 박재복 회장의 건강도 악화됐다. 이런 상황이 각자 독자적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박정진ㆍ박경진 형제가 진주햄을 살리자고 뜻을 모으고 회사 경영에 참여한 계기가 됐다.

박 사장은 “아버지 건강이 악화하면서부터 동생과 함께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며 “2006년 동생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에 합류해 아버지를 돕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도 회사 경영을 본격적으로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 형제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회사 매출은 급증했다. ‘뽀로로’와 ‘라바’ 등 어린이 캐릭터를 소시지 제품에 접목해 올드한 제품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포화된 국내 시장 한계를 극복하려고 중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 전략도 주효했다.

위기를 극복한 회사는 현재 안정적인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4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은 더 큰 포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3년 내 회사 매출을 지금의 3배인 3,000억원으로 키우고, 진주햄을 고객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는 종합식품회사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박 사장은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은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진주햄이 추구하는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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