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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양승태, 마지막 작심 발언 “재판 독립 지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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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양승태, 마지막 작심 발언 “재판 독립 지켜 달라”

입력
2017.09.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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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ㆍ검찰 겨냥 직격탄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 외부의 ‘법원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원 판단을 정치권과 검찰이 지속적으로 공개 비판하자, 이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최근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해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 재판 독립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 가치는 정치권력이나 외부세력, 소송 당사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배제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내실 있게 보장하는 데 있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국민이 부여한 재판 독립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부당한 시도나 위협에 대하여는 의연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죄를 확정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정치권 발언이 최근 잇따른데다,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8일 법원을 공개 비판하는 등 사법부 판단을 문제 삼는 외부에 사법부 수장으로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료화한 법원행정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의 사퇴 요구까지 불러왔던 사법개혁 논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 대법원장은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법행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최근 법원 내부에서의 논의 역시 성숙한 형태로 진행돼 사법의 독립을 굳건히 확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시키고 상급자로부터 법관의 독립이 강화돼야 한다는 골자의 사법개혁 논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학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이하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

어느덧 선선해진 바람이 본격적인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오늘 바쁘신 가운데서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기념하고자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재판과 민원 업무에 애써주신 모든 법원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의 특별한 의미를 함께 새기고자 합니다.

2년 전 오늘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처음으로 제정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제의 강점으로 빼앗겼던 사법 주권을 회복하고 독립된 대한민국 사법부를 세워낸 숭고한 의미를 널리 새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이 행사가 올해로 벌써 3회째가 되고 우리 법원 구성원들에게 가장 뜻 깊은 기념일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에 참으로 깊은 감격을 느낍니다.

친애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우리가 1948년 9월 13일 미군정으로부터 사법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도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진정한 독립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련과 격변을 겪어 왔습니다 그것은 사법 주권을 회복한 때로부터 채 40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아홉 차례나 헌법 개정이 있었던 우리의 사법 역사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러한 역사의 격동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사법부 독립의 가치를 한 순간도 가벼이 취급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사법부 독립이야말로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토대라는 우리 국민의 지혜와 결단에 근거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법 주권을 회복한 이래 사법부 독립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법권 독립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적 가치는 정치권력이나 외부세력 소송당사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배제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내실 있게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법의 독립은 제도의 정비나 체제의 확립만으로 곧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계속적으로 지켜내어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근래에는 상이한 가치관 사이의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하여도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재판 독립에 대하여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국민이 부여한 재판 독립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부당한 시도나 위협에 대하여는 의연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개개의 법관들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법행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관한 최근 법원 내부에서의 논의 역시 성숙한 형태로 진행되어 사법의 독립을 굳건히 확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의 의미는 더욱 무겁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가치 역시 더욱 소중하다고 할 것입니다 공정한 재판과 독립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염원은 숱한 시련과 역사적 격변의 시기를 지나면서도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그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다 함께 뜻을 모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뜻 깊은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념식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금 깊이 감사드리며 아울러 오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애쓰신 법원 가족들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언제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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