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위치한 체육인 진로지원 통합센터 개소식에서 도종환(맨 오른쪽) 문체부 장관 등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 통합센터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대한체육회가 각각 운영해온 체육분야 교육·연수와 취업지원을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연합뉴스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벌써 공석 5개월째다. 대한민국 체육재정의 90%를 감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 이사장 자리 이야기다.

전임 이창섭 이사장이 대선 하루를 남겨둔 지난 5월8일 자리에서 물러난 후 현재까지 직무대행체제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그 사이 인사를 비롯한 조직행정은 사실상 올스톱 됐다는 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정부에서 쌓인 ‘적폐’ 또한 적지 않은데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 아우성이다. 실제 공단은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사무총장을 맡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7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도종환(문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나기도 했다. 자회사를 포함한 직원수가 2,000명에 가까운 공단 직원들도 새 정부 들어 내심 이미지 쇄신을 기대하고 있지만 수장 자리가 공석인지라 별무 반응이다.

공단의 기능과 역할이 일반 국민과 썩 친숙한 편은 아니지만 꼼꼼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진국’이자 체육계의 ‘보물’ 같은 존재다. 우선 체육 전반에 필요한 예산은 거의 공단에서 댄다고 보면 된다. 공단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 토토)과 경정, 경륜 등 독점적 사행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한다. 통합 대한체육회 산하 130개가 넘는 가맹ㆍ준 가맹단체의 젖줄인 셈이다. 지난 해와 올해 각각 1조3,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마련해 지원했다. 올해는 국가 전체 체육 예산의 90.8%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국가대표 훈련비와 수당은 물론, 아마추어, 생활체육 종목 지원도 모두 공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88서울올림픽의 수익금으로 이듬해 설립된 공단은 2016년까지 체육 전반에 총 9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이사장 자리는 크게 주목 받는 자리 축에는 들지 못한다.

역대 이사장 면면을 봐도 체육과 인연이 전혀 없는 군 장성출신이 낙하산으로 왔다가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깝게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육사 하나회 출신의 정정택 전 이사장이 공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모양새다. 두 가지 심모원려가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첫째 체육 행정은 물론, 공단을 종횡으로 꿰뚫고 있는 임자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둘째 힘있는 대선 공신에게 한 자리 주기 위해 물밑에서 조율 중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불행히도 후자 쪽의 추천인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공단은 최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었으나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인추위 가동 중단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체육계 안팎의 의견이다. 그 배경에는 정권실세들의 파워 게임 양상이란 웃지 못할 가십거리가 가득하다. 심지어 유명 개그우먼의 남편이자 음악인 출신의 체육전공 교수를 내려꽂기 위한 정지작업이란다. 여기에 야구선수 출신 스타도 후보에 거론된다고 하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체육계는 지난 대선 때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 지지에 1만여명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압도적인 세를 몰아줬다. 그런 까닭에 이번 정부에 거는 기대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장ㆍ차관을 제외하고 체육계 인사의 첫 케이스가 되는 공단 이사장에 누가 임명되는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황당 인사’로 당초 기대감이 퇴색한 측면이 많다. 공단 이사장은 인추위가 추천한 2~3배수의 후보를 상급기관인 문체부가 대통령에 보고해 낙점을 받는 절차를 밟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풍비박산이 난 문체부의 ‘영혼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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