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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보복 버티기 한계… 한국 기업들 속속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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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보복 버티기 한계… 한국 기업들 속속 철수

입력
2017.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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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中 떠나 동유럽으로

신세계는 이마트 사업 정리 서둘러

롯데마트도 점포 87곳 “영업 불가”

전기차 배터리ㆍ자동차 업계도 심각

중국, 한국 수출의 25% 차지

올해 말까지 손실 8조원대 달할 듯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北京) 배터리 공장을 대체할 후보지로 체코와 헝가리를 놓고 최종 선정작업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해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공장으로 보내 최종 조립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업체 생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베이징공장 가동이 1월부터 중단됐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한중관계가 언제 풀릴지 몰라, 재가동 시점을 가늠하기도 힘들다”며 “이달 안에 유럽 공장 후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는 사업 정리를 서두르고 있다. 한때 26개에 달했던 이마트 중국 현지 매장이 현재 6곳 남아 있는데, 이 중 5곳을 태국 기업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은 다른 방식으로 팔 방침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사드 추가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3월 사드 2기 배치 이후 중국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유통ㆍ관광업계를 시작으로 한국기업들이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인데, 이번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 내 한국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보복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공들여 이룩한 중국 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기업들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중 수교 후 25년 동안 ‘기회의 땅’이 이젠 ‘최대 리스크 지역’이 돼 버렸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3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가 올해 말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3월 ‘방한 금지령’을 내린 후 국내 화장품, 식품 등에 반덤핑, 세이프가드, 위생검역(SPS) 등의 보복 조치를 잇따라 취하며 유통업계가 먼저 치명상을 입었다. 철수를 결정한 신세계뿐만 아니라 롯데마트도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내 전체 점포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다. 나머지 점포도 중국 내 반한감정 여파로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드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올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사업장 철수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휴대폰의 오프라인 판매는 완전히 철수했고 온라인으로 중저가 제품만 판매하는 실정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한국산 휴대폰을 쓰던 소비자들까지 자국 브랜드로 바꾸는 추세”라며 “점유율 급락은 스마트폰 소비자 취향에도 사드 배치 등 최근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업에서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2014년 8만4,000대에서 2015년 약 38만대, 지난해 약 52만대를 기록하는 등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산 배터리 수입액은 2012년 15억7,6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191만달러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가 보복 조치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심각하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판매량이 반 토막 나면서 2002년 중국 현지기업인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와 함께 설립한 ‘베이징현대차’합자종료설에 휘말렸다. 베이징기차가 비용 절감을 위해 상당수가 한국 업체인 납품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를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일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최근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대금이 밀리자 납품을 거부해 베이징현대 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된 사태도 이런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기차의 ‘합자 파기’ 가능성에 이어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총 43만94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2.3%나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도 내용은 베이징기차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철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중국시장은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고동진 사장이 지난달 23일 갤럭시노트8 공개 당일 가진 간담회에서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며 절실함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과학ㆍ기술 경쟁력이 향상된 만큼 한국 기업들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과 기술협력 강화로 산업표준을 선도하는 등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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