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돈기업서 일감 몰아받아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요소
#2 장남, 그룹 장악할 지분 부족하자
개인회사 키워 ‘실탄’ 마련 추진
#3 동양시멘트 인수 수직계열화 불구
과도한 채무로 재무구조 악화
장기차입금 1년새 21배 폭증
삼표 정도원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월 19일 레미콘 업계의 눈과 귀는 삼표가 운영 중인 풍납동 레미콘 공장에 쏠렸다. 풍납토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레미콘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인 정부 계획에 삼표가 소송을 제기했고, 예상과 다르게 법원이 이날 삼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삼표는 당초 정부 계획에 동의하고 공장 부지 일부를 국토교통부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상액이 적다며 지난해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표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과 연관이 깊다. 105층 규모로 들어서는 GBC에 삼표가 레미콘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삼성동에 인접한 풍납동 공장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레미콘 제품의 특성상 생산 후 최대 1시간 30분 이내에 타설을 마쳐야 해 레미콘 공장은 건설부지와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다. 더구나 삼표는 현대차그룹의 사돈 기업으로 다른 레미콘 업체보다 GBC 건설에 들어가는 레미콘 물량을 따내기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통상적으로 되도록 정부와 대립을 피하려 하지만, GBC 건설 예상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삼표가 매각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GBC 건설 관련 레미콘 물량을 어떻게 배정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사돈기업이라고 특혜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보다 더 유명한 ‘혼맥’

삼표그룹의 뿌리는 지난 1952년 설립된 강원탄광이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혔지만 강원탄광이 생산한 ‘삼표연탄’은 그 시절 연탄업계의 대표 브랜드였다.

1960년대 중반 강원탄광은 강원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골재, 레미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연탄이 에너지 산업의 주축이었던 당시만 해도 강원산업은 대기업으로 위상을 갖추고 현대와 LG 등 국내 대표 재벌기업과 교류하는 재계 리더기업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삼표 사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 연탄을 거의 쓰지 않게 된 1990년대부터다. 특히 창업주인 정인욱 회장이 1999년 타계한 뒤 그 몰락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정인욱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던 장남 정문원 회장은 그룹 주력이던 강원산업을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넘기고 재계를 떠났다. 차남 정도원(71) 회장이 레미콘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표를 가지고 그룹 재건에 힘쓰고 있지만, 회사 규모는 과거 아버지 시절과 비교할 정도는 못됐다.

하지만 삼표에는 과거 굴지의 대기업과 친분을 쌓았던 무형의 자산이 남아있다. 이 무형자산은 삼표를 국내 재벌기업과 혼맥으로 연결해주는 주요 발판이 된다.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 씨는 지난 1995년 현대기아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했다.

차녀 지윤씨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과 혼인했으며, 외아들인 대현씨도 지난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인 윤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재계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삼표는 회사 이름보다 재계 내 화려한 혼맥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며 “다만 삼표가 사돈기업으로부터 일감을 과도하게 몰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 이 혼맥은 삼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삼표 레미콘 공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영권 승계 위해 일감 몰아주기 ‘총력’

삼표의 후계구도 밑그림은 비교적 일찍 그려졌다. 재벌기업에 시집을 간 누나들을 대신해 정도원 회장의 장남 대현(40)씨는 2005년 삼표에 입사한 후 경영 승계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 대현씨는 지난 2015년에는 부사장에 취임하며 회사 내 입지도 탄탄히 다져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 부사장이 그룹을 장악할 지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삼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을 정점으로 지주사 삼표가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등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지주사 삼표의 지분은 정도원 회장이 81.9%, 정대현 부사장이 14.07%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사장이 아버지로부터 삼표 지분 37% 이상을 넘겨 받아야 경영권 승계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 부사장이 삼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증여세를 낼 만한 자금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삼표는 정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정 부사장 개인 회사 덩치를 키워 지주사 삼표 보유 지분과 맞바꾸려는 방안이다.

정대현 부사장이 소유한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은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수년째 덩치를 손쉽게 불리고 있다. 철근 및 콘크리트 사업을 하는 네비엔은 지난해 매출 1,884억원의 60%를 정도를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얻었다. 그룹의 일감몰아주기로 2011년 51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도 5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했다.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로 시멘트를 만드는 삼표기초소재도 지난해 매출 1,537억원의 절반 정도를 그룹 계열사 일감으로 채웠다.

지분 관계로 얽힌 기업이 아니라 공시 의무가 없는 사돈 기업 현대차그룹과의 거래를 감안하면 일감몰아주기 수치는 더 올라간다.

지난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시장 정보와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해 현대차그룹이 사돈기업인 삼표그룹의 계열사인 삼표기초소재, 삼표피앤씨 등 6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10대 재벌의 친족 기업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를 분석해 보니 현대차와 삼표 간 거래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며 “지분 관계뿐 아니라 친족 기업 간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 인수로 과거 영광 재현 꿈

일감 몰아주기를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삼표그룹의 또 다른 꿈은 과거 선대회장 시절의 그룹 전성기를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삼표그룹은 지난 2015년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레미콘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시멘트→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쌍용 등 메이저 시멘트 회사가 레미콘 회사를 별도로 운영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레미콘 업체가 시멘트 회사를 인수한 것은 삼표가 처음이었다. 삼표로서는 과거 영광을 재현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과도하게 돈을 빌리면서 삼표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지분 54.96%를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8,260억원 가운데 약 8,000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했다.

동양시멘트 인수에 주도적으로 나선 지주사 삼표의 장기차입금도 2014년 100억원에서 2015년 2,100억원으로 21배 늘어난다. 삼표는 이를 갚기 위해 올해 274억원, 내년 670억원, 2019년 666억원 등 3년 간 1,610억원의 채무를 상환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4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삼표가 내년과 내 후년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더 올리지 못하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구조다.

삼표 관계자는 “2,100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올해 1,836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감소했다”며 “정해진 계획에 따라 자금을 상환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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