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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수술 중 피응고 예방장치 독보적…세계 DVT 시장 40% 차지

입력
2017.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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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출 10% R&D에 수년간 투자

뛰어난 공압 기술력 인정 받아

전세계 국립병원 앞다퉈 사용

글로벌 의료기기 박람회도 호평

#2 특성화고 학생들 정규직 채용

여성 근로자 40% 이상 지역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앞장

이재화 대성마리프 대표가 자체 개발한 정맥혈전예방장치 동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이재화 대성마리프 대표가 자체 개발한 정맥혈전예방장치 동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환자의 배를 여는 복개 수술 등 큰 외과 수술을 해야 할 때 의사들은 수술 중 환자의 피가 응고돼 혈전을 이루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수술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혈전이 환자의 뇌나 동맥 등을 막아버리면 환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서다.

수술 중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각 병원은 정맥혈전예방장치(DVT)라는 의료기기를 사용한다. 환자의 다리 부위에 ‘커프’라 불리는 장비를 착용하고 공기압력(공압)으로 혈관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 피가 응고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대성마리프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DVT로 세계 의료기 시장을 장악한 국내 중소기업이다.

뛰어난 공압 기술로 1986년 설립 후 매년 25%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국과 두바이 등 전 세계 72개국에 주력 DVT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대성마리프의 DVT 세계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실장도 대성마리프 DVT 장비를 착용하고 수술을 받았다.

이재화(69) 대성마리프 회장은 “대성마리프 DVT 제품에 맞서기 위해 그때까지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던 외국 의료기기 업체들이 합병하기도 했다”며 “전 세계 주요 국립병원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지만 대성마리프의 세계시장 공략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수출 초기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일단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생각하고 잘 만나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제품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만큼 연간 10회 이상 열리는 글로벌 의료기기 박람회를 모두 방문하며 대성마리프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그 결과 우리 제품을 써보려는 병원들이 생겼고, 그 병원들이 제품 기술력을 인정해 제품을 다시 주문하는 방식으로 차츰 세계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성마리프 DVT 제품의 장점은 환자의 미세한 혈류 흐름을 읽어 능동적으로 환자의 혈관에 공기압을 가하는 것이다. 이전 제품들은 정형화된 패턴에 따라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하다 보니 환자 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이런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이 DVT 세계 시장 장악을 목표로 끊임없이 연구ㆍ개발(R&D)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내 의사들이 기존 DVT 제품에 단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이를 개선할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의료기 매출의 10%를 R&D 비용으로 수년간 쏟아부으며 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 회장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하려는 연구진이 없어 애를 먹기는 했지만 여러 대학과 병원 등의 자문을 받으며 단점을 개선한 DVT를 개발해 냈다”며 “지금도 의료기 매출 분야의 10% 정도인 30억~40억원을 R&D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성마리프가 15년간 자리를 잡고 있는 경기 군포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우선 산학 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군포시 고졸학력자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또 100명이 넘는 생산직 여성 근로자 중 40% 이상을 군포시에 거주하는 여성들로 채용해 지역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재화 대성마리프 대표. 배우한 기자
이재화 대성마리프 대표. 배우한 기자

이 회장은 “대성마리프와 성장을 함께한 군포는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 중소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DVT 시장 1인자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 대표의 꿈은 더 다양한 의료기기를 개발해 대성마리프를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대성마리프는 현재 DVT 외에도 ▦스마트공압 지혈시스템 ▦공압식 관절운동 회복장치(RELIVER) ▦부종예방장치 등 공압 관련 의료기와 미용기기 2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30여년 간 공압기술 연구에 매진해와 공압관련 의료기에만 특화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더 다양한 분야의 의료기기 생산을 목표로 현재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5년 내 종합 헬스 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10년 내 세계적 의료기기 기업으로 명성을 얻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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