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고,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은 ‘총수’ 지위가 부여됐다. 이 전 의장이 의장 재임 당시인 2014년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강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현 글로벌투자책임자ㆍGIO)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함에 따라 네이버의 ‘총수 없는 기업’ 지정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네이버는 투명한 지배구조 아래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정보기술(IT)기업이란 점을 꾸준히 피력해 왔는데 ‘재벌’ ‘총수’ 같은 부정적 색깔이 입혀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네이버는 3일 입장자료를 통해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해진 GIO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족경영, 부의 세습 등과 관련해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얽혀 있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과 벤처에서 출발해 지분매입을 통한 투자 등으로 커가는 IT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과정은 확연히 다른데 여전히 낡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게 네이버의 주장이다. 자회사와의 관계도 일감을 몰아주는 갑을 구조가 아니라 인수합병(M&A), 지분투자를 통해 편입하는 식이라 과거 재벌에 대한 견제 논리에 엮이는 것에 적잖이 억울해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순수 민간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지금까지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민영화된 기업과 외국계, 법정관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없다”며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제약이 따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총수 있는 한국 대기업’이란 이미지가 해외 시장에서는 ’재벌 총수가 지배하는 투명하지 못한 회사’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다. 네이버 관계자는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되는 것 자체가 외국에서 보기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이 GIO가 유럽에서 스타트업 투자, 육성 등에 주력하고 있어 총수 지정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진 GIO가 총수로 지정됨에 따라 본인 뿐 아니라 친인척이 네이버와 거래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이 GIO의 친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화음’, ‘영풍항공여행사’ 2곳에 대해 네이버는 자사와 어떠한 사업적ㆍ금전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총수 지정 건이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을 수 있도록 대기업집단 제도가 30년 전 시각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운용되길 바란다”며 “네이버는 순환출자나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투명한 플랫폼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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