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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그 시절 음악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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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그 시절 음악감상법

입력
2017.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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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음악다방에는 신청곡을 들려주는 DJ가 있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0년대 음악다방에는 신청곡을 들려주는 DJ가 있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진은숙(56)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는 악보 한 장 구입하기 어려웠던 학창시절 이렇게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제대로 듣기는커녕 LP판을 손에 넣을 기회도 없었어요. 한 번 음악을 들으면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 녹음기를 틀듯 계속 되새겼죠. 지금도 음악을 그렇게 들어요.”

진 작곡가가 학교 음악감상실에서 들은 음악은 LP판에 담긴 것이다. LP는 ‘장시간 재생 레코드(Long Playing)’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긴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음반이다. 가운데 뚫린 구멍을 축으로 나선형으로 파인 홈에 소리를 기록하는 12인치 비닐 디스크다. LP를 처음 생산한 건 1948년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다. 두 곡 정도만 수록할 수 있었던 SP 대신 한 면에 약 25분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LP가 등장한 건 혁명이었다, 1970년대에는 DJ가 신청곡을 틀어 주는 음악 다방이 인기였다. 진 작곡가도 이화여대 인근 클래식 다방에 자주 다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가 대학에 다닌 1980년대는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였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녹음테이프가 감겨 있는 카세트테이프는 LP보다 간편하고 내구성이 좋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일본 소니사의 ‘워크맨’과 삼성의 ‘마이마이’가 보급되면서 음악을 듣는 방식이 확 달라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됐고, 녹음과 편집도 쉬워졌다. 학교 음악감상실에 카세트테이프를 가져가 음악을 복사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녹음하기도 했다.

음악을 듣는 방법은 더 진화했다. “음악 듣기 어렵다”는 말은 다른 세상 얘기다. 최근 국내 LP판 생산이 재개되는 등 아날로그 방식의 음악 듣기를 동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많이 듣고, 많이 알고, 모든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은 예전보다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진 작곡가의 말처럼, 음악을 아껴 가며 듣고 싶다는 바람 때문일까.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지난 6월 문을 연 바이닐 팩토리는 2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LP제작 공장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6월 문을 연 바이닐 팩토리는 2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LP제작 공장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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