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내년 7억 예산 투입... 재유통 감시도

게티이미지뱅크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30대 여성 A씨는 자신과 전 남자친구의 성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도는 사실을 지난해 처음 알게 됐다. 해당 영상은 2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몰래 찍어둔 것이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A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자살충동에 시달렸고 회사도 관뒀다. 고민 끝에 디지털 기록 삭제 업체를 찾아 월150만원씩 총 900만원을 들여 6개월간 퍼진 영상을 지웠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깨끗하게 지워진 줄 알았던 영상은 어느새 다시 떠돌았고, A씨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정부가 삭제비용을 지원하고, 추후 재유통 여부까지 감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3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 7억4,000여만원을 투입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가칭)’ 사업을 실시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과 수사 지원, 무료 법률서비스 연계, 유통된 영상물 삭제와 향후 영상의 유통 여부를 관찰하는 모니터링을 하나의 상담기관에서 이뤄지게 할 방침이다. 피해자 상담 후 영상물 삭제 필요성이 있을 경우 직접 관련기관에 연계해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남훈 여가부 권익정책과장은 “성폭력상담기관 중 한 곳을 선정해 시범사업으로 모델을 만들고, 향후 지원을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몰카 등 영상물 삭제 요청 건수는 2014년 1,404건, 2015년 3,636건에서 2016년 7,235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7월까지 2,977건이 접수됐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몰래카메라부터 헤어진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 음란영상에 지인얼굴 합성 등 범죄유형도 다양화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중 특히 몰카 영상은 한번 퍼지면 개인의 힘으로 전파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유포된 영상물이 확대ㆍ재생산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고통은 갈수록 커진다. 하예나 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는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영상물을 지우는 건 필수”라며 “현재 사설 업체에 의뢰해 한달 100~200만원의 비용을 내고 이후 모니터링을 위해 한달 50만원씩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등 피해자가 입는 경제적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몰카 범죄를 근절하기 근본적 대책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여가부, 국무조정실,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함께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을 논의 중이며 몰카 범죄 행위 단속,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이 다음달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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