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어디까지
판결금 4224억에 추가 소송까지
10년 만에 영업적자 전망
계열사ㆍ협력사까지 확산 우려
“車산업 미래에 큰 충격될 것”

통상임금 패소로 기아자동차는 1조원 안팎을 부담하게 돼 당장 하반기부터 적자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현대ㆍ기아차의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자동차산업 특성상, 기아차의 위기는 현대차그룹에 이어 촘촘하게 이어진 계열사 협력사 생태계 전반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한국 자동차 미래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31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아차는 2008년 8월∼2011년 10월, 3년 2개월 동안 미지급한 통상임금 원금 3,126억원과 지연이자 1,097억원을 합친 4,223억원을 노조측에게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 소송을 한 노조원 13명에게도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해 기아차는 총 4,224억2,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금액이 기아차가 매년 근로자에서 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한 금액(2016년 5,609억원)보다 적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의 통상임금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다 늦으면 올해 10월 노조가 2015년부터 3년간 임금에 대해서도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예정이어서, 이번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기아차는 1심 판결 즉시 회계장부에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 당장 3분기부터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영업적자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판결 금액은 현재 영업실적 상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규모”라며 “항소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충격을 벗어나기 힘들다.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33.88%)만큼 적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현대차그룹이 수직 계열화돼 있어 현대ㆍ기아차 경영위기는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력 계열사 전반으로 전이된다. 또 현대차 노조가 향후 임금협상에서 기아차 노조가 받은 만큼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30년간 이어온 복잡다기한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선진형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재판부가 ‘사드 피해액과 연구개발(R&D) 투자액 감소를 기아차가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아차의 올해 월별 중국 판매량은 사드 갈등이 본격화된 3월부터 전달에 비해 48.6% 줄어든 1만6,006대 판매에 그쳤고, 그 후 매달 2만대 판매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44.0% 감소한 7,868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3만대씩 팔리던 차량이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난 게 객관적 지표 아닌가”라며 “사드 보복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만들라는 요구는 전형적인 공무원식 발상”이라고 말했다.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기아차 경영위기 경쟁력 약화, 관련 소송 확산 등으로 그 충격이 협력업체에 이어 산업계 전반으로 전이돼 우리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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