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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도록 19금 게임…청소년 프리존 VR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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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도록 19금 게임…청소년 프리존 VR카페

입력
2017.08.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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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인기 얻으며 우후죽순

피튀기는 잔인한 게임 제재 않고

한밤 신분증 확인도 제대로 안해

당국 “VR산업 저해” 단속 주저

경찰도 “신고ㆍ제보 있어야” 뒷짐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VR카페에서 한 남성이 VR기기를 착용한 채 총으로 좀비를 쏴 죽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VR카페에서 한 남성이 VR기기를 착용한 채 총으로 좀비를 쏴 죽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부엌 한 구석.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 검은 핏줄이 가득한 낯, 피가 흥건히 묻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등장한다.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 남성의 등을 흉기로 찌른다. 사방으로 시뻘건 피가 튀긴다.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밀어붙여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 남성 머리가 날아와 바닥에 나뒹군다.’

가상현실(VR)기기를 이용한 게임 ‘키친(Kitchen)’의 한 장면. 잔혹한 장면이 다수 등장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에 위치한 ‘VR카페(음료와 함께 VR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는 한 눈에 봐도 앳된 얼굴의 10대들이 이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간당 1만원 정도만 내면 마음껏 이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 손님들은 게임 속 등장인물이 바로 코앞에 흉기를 겨누거나 누군가 피가 자신의 몸에 튀는 듯한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무서워” “죽을 것 같아” 소리를 질러댔다. 박모(14)군은 또 다른 청소년불가게임 ‘언틸 던(Until Dawn)’을 하며 잔뜩 흥분된 듯 “여기 나오는 좀비, 총으로 쏴 죽이면 돼요”라고 외쳤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VR카페들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청소년들에게 마구잡이로 제공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업체는 연령에 맞는 게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날 기자가 둘러본 다섯 곳 카페 중 손님이 몇 살인지 확인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게임”이라며 잔혹한 게임을 권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령등급 표시 의무도 무시되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물론, 게임 시작 화면 어디에도 몇 살부터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인지에 대한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VR카페 역시 PC방과 마찬가지로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신분증 확인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VR카페 관리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단속은 고사하고 “정확히 업체가 몇 개인지 알기 어렵다”는 등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 심지어 게임물 등급 분류와 단속권한을 지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VR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금은 법 집행(단속)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경찰 역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방관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각 경찰서에 단속 업무를 맡는 경찰은 한두 명밖에 없다”며 “신고나 제보가 없으면 단속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폭력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게임에서 접한 폭력을 실생활에서 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제재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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