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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재개장한 덕수궁 돌담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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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재개장한 덕수궁 돌담길 가보니

입력
2017.08.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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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사관 점유로 통행제한

100m 구간 30일부터 개방

서울시ㆍ영국대사관 2년간 협의

지난해 10월 개방 합의

오전 10시20분 개방 행사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이 30일 영국대사관 후문 철문이 사라져 시원하게 뚫렸다. 서울시 제공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이 30일 영국대사관 후문 철문이 사라져 시원하게 뚫렸다. 서울시 제공

30일 서울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 돌담길에 시민들이 몰렸다. 이 길은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60여년간 철문으로 막혀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던 구간이다. 이날 시민들은 반세기가 넘은 기간 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100m 구간(영국대사관 신규후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에서 돌담길 재개방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시는 개방에 앞서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보행로를 정비하고, 덕수궁 담장을 보수했다. 이번에 개방된 길은 서소문 돌담길보다 담장이 낮아 시민들은 돌담길을 걸으며 담장 너머 보이는 덕수궁과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 돌담길을 걷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 돌담길을 걷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또 덕수궁에는 개방된 돌담길과 바로 이어지는 후문이 새로 생겼고, 담장을 밝히는 가로등도 설치돼 시민들이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재개방된 돌담길은 대한제국 고종과 순종이 제례 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했다. 덕수궁에서 선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기도 했다. 그러다 1959년 영국대사관이 시 소유의 땅을 점유하고 철문을 설치하면서 시민들이 드나들 수 없게 됐다.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전경. 서울시 제공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전경. 서울시 제공

다만 이번 돌담길 개방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정문부터 직원 숙소에 이르는 70m 길은 여전히 시민들이 방문할 수 없다. 이 길은 1883년 4월 영국이 매입한 땅이라 이번 개방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은 돌담을 따라 덕수궁 둘레 1.1㎞를 돌 수 없다.

하종현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영국대사관과 끊겨있는 70m 구간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던 덕수궁 돌담길 철문. 서울시 제공
60여년간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던 덕수궁 돌담길 철문. 서울시 제공

이번 개방은 서울시가 2014년부터 끈질기게 영국대사관과 논의를 이어간 끝에 가능하게 됐다. 서울시는 2014년 10월 영국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같은 해 11월 박원순 시장이 대사관을 찾아가 스콧 와이트먼 당시 주한영국대사를 만났다. 이후 2015년 5월부터 대사관 보안 문제 등 개방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열린 돌담길 개방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찰스 헤이 영국대사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재개방된 길을 함께 걸었다.

박 시장은 “60년간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단절의 공간으로 남아 있던 덕수궁 돌담길을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의 협력 끝에 드디어 시민 품으로 돌려주게 됐다”며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내 강난희 여사와 함께 돌담길을 찾은 박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건 길이 끊어져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이제는 길이 연결 됐으니 연인이 걸어도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이 길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헤이 대사는 “1960년대에 도로 점유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이후 이 길이 영국대사관 소유처럼 여겨져 왔다”며 “(박 시장의 노력으로)이 길이 서울시 소유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공식 반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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