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부품 국산회 외길' 강국창 동국성신 회장

#1
성에 제거 히터, 비데 보온시트 등
국내 전자부품 시장 50% 차지
“우리 부품 안 쓴 전자제품 없어”
#2
기술보단 직원 중시 원칙이 성과로
국내 넘어 유럽-동남아 시장 공략
첨단 의료기기 국산화도 공들여
강국창 동국성신 대표가 인천 남동구 본사 공장에서 이 회사가 제조한 냉장고 성애방지 히터 부품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동국성신은 냉장고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물론 ▦세탁기의 공기방울 펌프 ▦전기밥솥 온도조절기 ▦정수기 급수튜브 ▦비데 보온시트 등 수 많은 전자기기 부품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 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냉장고, 텔레비전 등을 전부 수입해 쓰던 1960년대. 정부는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 정책을 추진한다. 첨단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 전부는 못 만들더라도, 일부 부품만이라도 국산화해서 수출 길을 열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국내 대표 전자회사 중 하나였던 동남샤프를 다니던 강국창(73) 동국성신 회장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부품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다.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전자회사에 입사한 강 회장은 당시 제품 연구ㆍ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강 회장이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 뒤 대다수 비핵심 부품은 기술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금방 국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냉장고의 ‘성애방지 히터’나 ‘냉장고 도어용 개스킷’(자석으로 도어를 닫히게 하는 부품)같은 부품은 기술력이 부족해 좀처럼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방향 맞추는 시늉만 하던 당시 대기업들은 부품 국산화 작업에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연구개발에 몰두하면 모두 국산화를 이룰 수 있던 부품이라 판단해, 내가 나서서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그 길로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 창업한 강 회장은 자금난 등의 이유로 한차례 실패를 겪고 1983년 지금 회사의 전신인 동국전자를 세운다. 이 회사는 냉장고 성애방지 히터와 도어용 개스킷은 물론 ▦세탁기의 공기방울 펌프 ▦전기밥솥 온도조절기 ▦정수기 급수튜브 ▦비데 보온시트 등 수 많은 전자기기 부품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국산화에 성공한 동국성신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삼성 LG 대우 등 국내 주요 가전 3사는 물론 밥솥과 정수기를 만드는 중소ㆍ중견기업의 핵심 부품공급 파트너로 성장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우가 부도를 맞는 등 국내 가전 업계 지형에는 변동이 있었지만 동국성신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

강 회장은 “성애제거용 히터와 비데용 보온시트, 냉장고 도어 개스킷 등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우리회사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 외 밥솥과 정수기 등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우리 회사 부품이 안 들어가는 걸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국성신은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로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우선 중국과 멕시코에 해외 공장을 지어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과 미국 시장 공략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에도 공장을 신설해 동남아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에도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강 회장은 “국내 가전사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며 “미국과 중국 시장을 핵심축으로 삼고 앞으로 동남아, 유럽 등지로 수출 길을 더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경영 일선에 있는 강 회장이 최근 회사경영의 가장 큰 애로로 꼽은 것은 ‘일손 구하기 어려움’ 이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근무환경 등의 이유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꺼린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다.

그는 “나름 탄탄한 중소기업이지만 채용 공고를 보고 일하겠다고 오는 젊은이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며 “청년들이 너무 좋은 조건만 보고 일자리를 찾는 건 아닌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경영을 해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직원들을 단 한 차례도 해고하지 않았던 것을 꼽았다. 강 회장은 “우리 회사 직원수가 600여명 정도로 그리 수가 많지 않지만, 이제껏 회사가 먼저 직원을 회사 밖으로 내몬 적이 없는 걸 큰 보람으로 느낀다”며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회사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기술개발 노력보다도 직원과 함께하려는 경영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30대 젊은 창업자가 어느덧 70이 넘은 노(老) 경영자가 됐지만 부품 국산화에 대한 강 회장의 질주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강 회장은 최근에는 첨단 의료기기 등의 제품 국산화를 위해 연구ㆍ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강 회장은 “중국 등 후발국들의 기술력이 높아진 만큼 전자기기 부품만 제작해서는 회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어 최근에는 의료용 기기 부품 국산화에도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늘 노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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