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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파국 맞은 삼화페인트 60년 동업… 신성장 해법 ‘골몰’

입력
2017.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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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씨 동업 소송으로 끝나

회사 장악한 김장연 대표

성장 정체에 시험대 올라

삼화페인트 창업주 김복규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화페인트 창업주 김복규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화페인트 창업주 윤희중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화페인트 창업주 윤희중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3년 6월. 2대 60여년 간 이어오던 삼화페인트의 윤ㆍ김 씨 양가의 동업관계가 법적 소송으로 사실상 파국을 맞게 된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창업주에 이어 2대 대표를 지낸 고(故) 윤석영 사장의 부인 박순옥 씨. 박 씨는 윤 사장과 공동 대표를 맡았던 김장연 현 대표를 상대로 회사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박 씨가 60년 동업자 집안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김장연 대표가 양가 동업 관계를 깨고 사실상 회사를 독점 경영하려고 BW를 발행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양가는 창업주인 김복규 회장과 윤희중 회장 이래 이들 2세인 김장연ㆍ윤석영 대표까지 2대에 걸쳐 아름다운 동업자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윤 사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김 대표가 회사를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동업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윤석영 사장 작고 당시 20대 중반이던 그의 장남 준호씨는 아직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가 사이 갈등은 2013년 4월 김 사장 측이 BW를 발행하면서 극에 달했다. 특히 김 사장이 BW 발행 당일 BW에 포함된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 워런트’를 매입하면서 윤 씨 일가를 자극했다.

신주인수권 워런트는 일정 기간 이후 주식을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김 사장이 워런트를 행사하면 당시 비슷했던 양가 지분율 균형이 김씨 일가로 기울게 된다. 3세가 아직 어려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던 윤씨 일가가 이를 법적 소송으로 막으려 했던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 3년여에 걸쳐 3심까지 진행된 재판 끝에 대법원은 “자금 조달을 위해 BW를 발행할 필요가 있었다”는 2심 재판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1심에서는 윤씨 일가가 승소했었다.

이로 인해 김씨 일가 지분율은 4년 전 29.58%에서 34.15%로 5% 가까이 늘었다. 반면 우호지분을 포함해 2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던 윤씨 일가 지분율은 13%대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김씨 일가 쪽으로 경영권 추가 넘어간 셈이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소송 패배 후 5% 이상 주주명단에서 소송을 제기했던 박순옥 씨가 빠지는 등 윤씨 일가의 지분 결집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소송전후로 양가 동업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삼화페인트 본사 및 공장 전경. 삼화페인트 제공
경기도 안산 삼화페인트 본사 및 공장 전경. 삼화페인트 제공

최초 역사쓴 페인트 업체…최근 성장 정체 고민

삼화페인트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료를 생산한 기업으로 1946년 서울 미아리에서 출범한 동화산업주식회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이후 국내 회사 중 처음으로 주한미군에 군납 페인트를 공급하고, 해외(베트남)에 페인트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등 페인트업계에 무수히 많은 ‘최초’ 기록을 남기며 국내 대표 페인트 업체로 위상을 굳혀간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범현대가인 KCC의 추격을 허용한 데다, 페인트 업계 맞수인 노루표 페인트에도 바짝 쫓기고 있는 등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삼화페인트의 국내 도료부문 시장 점유율은 16%로 1위 KCC 37%에 한참 뒤처져 있다.

삼화페인트는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2000년대부터 기능성 페인트 등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제2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10%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가 경영권 분쟁 소송인 한창 진행 중이던 2014년 이후 삼화페인트 성장은 멈춰선 상태다.

이유는 삼화페인트 주력 제품인 플라스틱 도료 판매 부진 때문이다. 삼화페인트는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린 200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 재질의 스마트폰 케이스에 입히는 도료를 판매하며 매출을 급격히 늘려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삼화페인트 주식을 ‘삼성전자 수혜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꿔가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삼화페인트 실적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4년 5,26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삼화페인트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5년 5,071억원, 2016년 4,821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매출 감소세는 결국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A 페인트사 관계자는 “삼화페인트는 실적 기여도가 높았던 플라스틱 도료를 대체할 또 다른 회사 주력 제품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며 “하지만 기능성 페인트 등 그 외 제품군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윤씨 일가 경영권 회복 불가능?

김장연 사장이 삼화페인트 대표자리에 오른 것은 지난 1994년으로 김 대표는 23년간 회사를 경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한 것은 공동 대표였던 윤석영 대표가 작고한 2008년 이후로 9년 정도에 불과하다.

윤씨 일가와의 법적 소송에서 이긴 후 김 대표 체제는 더욱 굳건해 지고 있다. 현재 삼화페인트 주요 임원진에 윤씨 일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비슷했던 양가 지분율도 20%포인트 이상 그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김장연 사장 측을 지지하는 일본의 츄코쿠마린 페인트사가 보유한 삼화페인트 지분 8.82%를 감안하면 김 사장 우호 지분율은 43%에 육박한다.

반면 윤씨 일가 지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송을 제기했던 박순옥 씨는 패소가 확정되자 2016년 초 보유하고 있던 지분 5.12%를 매도해 버린다. 윤석영 사장의 장남인 준호씨도 5% 이상 주요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윤 씨 일가 중 삼화페인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윤석영 사장의 형제인 석천(5.92%)씨와 석재(7.39%)씨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지분율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어 삼화페인트에 대한 윤 씨 일가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씨 일가 지분은 김장연 사장에게 집중돼 있는 반면 윤 씨 일가 지분은 3형제에게 고루 분배되면서 경영권 분쟁 국면서 윤씨 일가 힘이 결집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순옥 씨가 주요주주에서 이탈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김장연 사장 승리로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을 승리로 이끈 김 사장의 후계구도는 아직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현재 김씨 측 특수관계인 중 회사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김 사장 남매인 김귀연(1.61%)씨가 유일하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김 대표 자녀 중 아직 회사에 입사한 사람은 없다”며 “경영권 승계 등 후계 구도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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