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이스크림은 몇도? 열화상카메라로 담은 여름 풍경

입력
2017.08.10 04:40
0 0
서울 명동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을 열화상카메라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표면 온도가 영하 3℃인 아이스크림이 진한 남색인 데 비해 조명을 켠 거리의 간판은 50℃에 육박하는 붉은색이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 눈에 띄게 차가워진 관광객의 입술 색깔도 흥미롭다.
서울 명동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을 열화상카메라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표면 온도가 영하 3℃인 아이스크림이 진한 남색인 데 비해 조명을 켠 거리의 간판은 50℃에 육박하는 붉은색이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 눈에 띄게 차가워진 관광객의 입술 색깔도 흥미롭다.

※ 아래 이미지 중앙의 단추를 중심으로 사진의 좌우 영역을 터치(클릭)하면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과 실제 모습을 비교하며 볼 수 있습니다.

붉게 달아올라 하얗게 태웠다. 피사체의 표면 온도를 색깔로 보여 주는 열화상 이미지 속에서 도시의 여름 풍경은 시원한 파랑보다 뜨거운 빨강이 압도적이다. 열화상카메라는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은 피사체일수록 흰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낮을수록 검정에 가까운 푸른색으로 표현한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발길이 붉게 달궈진 콘크리트 빌딩숲을 피해 그늘진 교각 아래와 녹지, 분수대 등 푸른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몰리고 있다.

7월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폭염은 밤낮으로 도시에 머물고 있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서울 도심 곳곳의 표면 온도를 측정해 보니 숨 막히는 무더위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서울 낮 기온이 35℃를 기록한 4일 낮 아스팔트 노면의 온도는 50℃를 넘나들었다. 그 위로 차량행렬이 토해 낸 열기가 더해지면서 대로변은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한적한 이면도로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량 통행량이 줄어든 대신 크고 작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끊임없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실외기의 표면 온도는 60℃가량, 보행자를 위해 설치한 우회 장치 덕분에 탁하고 뜨거운 공기가 위로 솟구친다. 인공 열기의 원천이 에어컨 실외기뿐만은 아니다. 표면 온도가 40℃를 훌쩍 넘어선 콘크리트 빌딩 외벽마다 50℃에 육박하는 조명 간판이 즐비하고 직사광선을 받은 거리의 대형 전광판에선 무려 78℃에 달하는 열기가 방출되고 있다. 지하철역사 중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조명광고에서도 사람 체온과 비슷한 35℃ 정도의 열기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냉방 효율은 크게 떨어진다.

폭염이 지배한 도시에서도 피난처를 찾을 수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이순신장군 동상 밑 분수대의 경우 측정된 온도가 20~30℃ 정도로 주변 차량행렬보다 20℃ 이상 낮았다. 분수대에 뛰어든 아이들의 피부 온도 역시 체온보다 낮은 30℃ 이하로 내려가 있다. 광화문 앞 잔디 광장의 바닥 온도는 25℃, 도심 속 녹지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낮았다. 오리배가 유유히 떠다니는 한강물의 표면 온도는 25℃ 이하였고, 시민들이 몰린 마포대교 아래 그늘진 바닥은 27~28℃로 시원했다.

한 공간에서 확연한 온도 차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3일 상당수 점포가 개문냉방영업을 하고 있는 명동 거리. 매장마다 걸린 조명 간판에서 40℃ 이상의 열기가 방출되는 동안 활짝 열린 점포 출입문에선 28℃ 미만의 퍼런 냉기가 흘러나왔다. 운행 중인 자동차의 경우 60℃에 육박하는 엔진룸이나 타이어에 비해 에어컨을 켠 승차 공간은 25℃ 이하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색깔에 따라 햇볕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주차된 흰색 승용차가 바로 옆 검정색 승용차에 비해 표면 온도 기준 20℃ 정도 낮은 현상도 포착됐다.

영하 3℃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관광객의 입술이 약 10℃, 일시적이지만 체온보다 낮은 온도를 체감하는 것도 도시 생활의 현명한 피서법 중 하나다.

#열화상카메라의 원리 및 영상을 읽는 방법

온도를 지닌 모든 물체는 열 에너지를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적외선의 양은 많아진다. 열화상카메라는 피사체가 방사하는 적외선의 양을 측정해 색깔로 변환해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을수록 검은색에 가까운 푸른색으로, 높으면 흰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나타난다. 화면 오른쪽에 세워진 색깔 범위 막대와 함께 그 위 아래에 표시된 최고 및 최저 온도를 참고하면 피사체의 표면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색의 스펙트럼으로 표현 가능한 온도의 범위는 촬영 전 임의로 설정할 수 있으므로 특정 색깔이 나타내는 온도 측정치는 영상마다 다를 수 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열화상카메라 협조=플리어시스템코리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