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인력들 현실
입원환자 “똥 치워라”, 음흉하게 웃으며
“기저귀 갈아달라” 간호사 자존감 상실
공단 권유 불구 병원들 간호조무사 ‘비정규직’ 채용

경기지역 B병원 간호사 A(28)씨는 3월 사직했다. 지난해 9월 이 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 병동으로 발령을 받은 지 6개월 만이다. A씨가 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도를 넘는 폭언과 모욕이었다. “이봐, 내 똥 치워줘. 당신들 내 똥 치우는 사람이잖아.” 어느 50대 환자의 막말에 그는 큰 상처를 입었다. A씨는 “간호사도 전문교육을 받은 의료인인데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통합서비스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 인력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열악한 근로여건에 통합서비스가 시행된 이후 환자들의 모욕과 수치심을 일으키는 성희롱성 요구들까지 빈번해졌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합서비스는 입원진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간병 부담을 줄이는 목적으로 2015년에 도입돼 7월20일 현재 전국 353곳 의료기관에서 실시 중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모든 공공병원에 의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과도기적 과정에서 간호사들은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국내 간호사ㆍ간호조무사는 공식적으로는 주 40시간 근무이지만, 교대와 인수인계 시간 등까지 감안하면 근무시간이 훨씬 더 길고 3교대 근무 환경은 악명 높다. 나이트 근무의 경우 근무시간이 저녁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6시30분까지다. 통합서비스 간호사들의 근로시간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런 근무 환경 속에서 일부 환자들의 폭언ㆍ모욕 등이 더해지며 현장 사기를 떨어뜨려 통합서비스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지역 병원의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일했던 박모(32) 간호사는 오른쪽 발목 골절로 입원한 이모(51)씨의 비상식적인 간병 요청 때문에 괴로웠다. 이씨는 병동에 입원한지 4일이 지나 목발을 짚고 병원 지하 1층 편의점까지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하지만 이씨는 박 간호사에게 거동이 불편하다며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청했다.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하면서 음흉한 미소까지 짓는 이씨 때문에 박 간호사는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았다. 이씨의 계속되는 기저귀 교체 요청에 지친 박 간호사는 병동 책임간호사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이씨는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의 한 의료원 병동 파트장은 “처음 제도 도입 때보다 환자들이 간호사를 대하는 태도가 개선됐지만 간호사를 몸종처럼 대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 간호매니저(수간호사)도 “통합서비스 제도가 도입된 후 환자들이 VIP병동 수준의 간호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낙상사고도 이들에겐 상당한 스트레스다.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31) 간호사는 지난 6월 목 디스크 치료를 위해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한 70대 남성 환자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다 넘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김씨는 “낙상 사실을 담당 간호사인 나에게 알리지 않고 면회를 온 보호자에게 말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며 “보호자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해서 아버지를 맡겼는데 환자가 넘어진 것조차 모르냐’고 다그쳐 입장이 곤란했다”고 말했다.

통합서비스 병동 운영 시 꼭 필요한 인력이 간호조무사지만, 간호조무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처우가 열악한 것도 문제다. 표준운영지침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 감독 하에 간호활동 보조 및 환자의 일상생활 보조 업무를 하도록 돼 있다. 식판 수거, 기저귀 교환, 화장실 이동 보조, 환자 새발(머리감기기 등), 목욕, 체위 변경 등을 대부분 도맡고 있다. 하지만 ‘빅5 병원’ 중 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2개 병원 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조무사 전원이 비정규직이다. 통합서비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간호조무사를 병원에서 직접 고용하고, 고용형태도 정규직 채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인건비 절감을 핑계로 간호조무사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모 대학병원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만난 간호조무사 조모(38)씨는 “올 9월이면 계약이 만료되는데 지금까지 계약만료 후 재계약을 한 사례가 전무해 아무래도 짐을 싸야 할 것 같다”며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꼈는데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통합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 확충과 환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 인력의 증원과 정규직화가 시급하다”며 “통합서비스는 환자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아닌데도 일부 환자는 간호인력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 간호 인력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