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전원 “이용관 복귀ㆍ서병수 사과 요구”하며 강 위원장 강하게 비판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부산창조센터에서 열린 제21회 부산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 폐막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 전원이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요구하는 동시에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업무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7일 발표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난을 겪은 부산영화제가 내부 갈등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영화제 사무국 전 직원은 “부산영화제는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를 위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농락당했다”며 “가해자는 책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사무국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고 성명을 낸 이유를 밝혔다.

부산영화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갖은 수난을 겪었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부산시의 고발, 사실상의 해촉 절차를 거쳐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은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독단적 행보와 소통 단절도 영화제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기대를 걸고 그의 뜻에 묵묵히 따르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데, “기대와 달리 취임 이후 지금껏 보여 온,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의 단절과 독단적 행보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다”며 “두 번의 영화제를 개최하는 동안 실무자에 대한 불통과 불신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고도 주장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무국 직원들은 강 집행위원장의 최근 업무 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도중 숨진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의 후임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복무규정 위반과 도덕적 해이로 직원들의 반발을 샀음에도 강 집행위원장이 그 사실을 덮으려 해 결국 사무국 직원들이 사표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무국 직원들은 “지난 2개월여 동안 집행위원장을 향해 합리적 의견 개진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대화와 소통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 집행위원장을 직접 겨냥하며 “더 이상 망가지는 영화제를 좌시할 수 없어 단체행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무국 직원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사과와 이 전 집행위원장의 조속한 복귀, 그리고 한국영화계 및 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참여 등 3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영화인과 시민이 돌아와야만 다시 이전과 같은 활력과 생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경한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부산영화제 사무국 성명 전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 일동은 영화제 정상화와 제22회 영화제의 올바르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 사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그리고 국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를 위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했습니다. 국정농단을 일삼은 세력과 부역자들은 촛불혁명과 특검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 단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에 대해서는, 가해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사무국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다이빙벨’ 상영 직후부터 시작된 부산시와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는 거의 1년동안 융단폭격처럼 영화제사무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제출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협박과 회유, 먼지털이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을 절반으로 삭감하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여 영화제로부터 내쫓았습니다. 현재까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힘겹게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기대를 걸고 그의 뜻에 묵묵히 따르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취임 이후 지금껏 보여 온,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의 단절과 독단적 행보는 도가 지나치며, 사무국 직원들은 물론 외부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장본인이자, ‘당신이 물러나면 영화제는 건들지 않겠다’는 비겁한 조건을 달아 전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보이콧사태 해결을 위해 영화인 및 지역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여 영화제의 정상화에 힘써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영화제를 개최하는 동안 실무자에 대한 불통과 불신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그가 최근 독단적으로 부집행위원장에 임명한 자의 복무규정 위반사례와 직원들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지탄을 받아왔음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그를 변호하고 사실을 덮으려 하여 직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다년간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온 동료 몇 명은 분노와 좌절 끝에 희망을 잃고 사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우리 직원 일동은 더 이상 망가지는 영화제를 좌시할 수 없어 단체행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집행위원장을 향하여 합리적인 의견개진과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는 논점흐리기와 책임전가로 일관하며 대화와 소통에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동호 이사장에게 진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마저도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우리 전직원 일동은, 영화제의 정상화와 금년 영화제의 오롯한 개최를 위해,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높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서병수 시장은 박근혜정부 문화계 농단사태의 직접 실행자로 부산국제영화제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은 서병수 시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함께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합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부로 복귀해 올해 제22회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영화제 탄압사태의 직접적 피해자로서 그 피해와 훼손된 명예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셋, 한국영화계 및 해외영화인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몰락은 한국영화는 물론 아시아영화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든든한 버팀목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영화제의 모든 직원은 엄중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무너진 영화제를 복원하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어떤 일에도 힘껏 싸울 것입니다. 한국영화계와 세계 각국 영화인들은 위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나아가 보이콧을 철회하는 것과 더불어 영화제가 순항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영화제의 존재 근거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이며, 영화예술을 통한 문화다양성의 수호입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기적인 조작이나 정치적인 간섭이 허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조작과 간섭의 잔재를 청산하고, 영화인과 시민이 돌아와야만 이 생태계가 다시 이전과 같은 활력과 생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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