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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는 선수만 고생”...김연경, 후배 이재영에 직격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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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는 선수만 고생”...김연경, 후배 이재영에 직격탄 왜?

입력
2017.08.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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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체코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 준결승에 출전한 김연경의 모습. FIVB 제공
7월 30일 체코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 준결승에 출전한 김연경의 모습. FIVB 제공

여자배구 대표팀 간판 김연경(29ㆍ중국 구오후아)이 작심한 듯 후배 선수를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김연경은 7일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 필리핀 출국에 앞서 “이번에도 엔트리를 못 채워서 간다는 것이 정말로 답답하다. 6~7명의 메인 선수만 계속 경기를 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정작 중요할 때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그랑프리 때도 정작 중요한 결승(폴란드에 0-3패)에서 힘도 못 써보지 않았느냐. 다른 팀은 16명으로 팀을 꾸려 로테이션을 하는데 우리는 엔트리조차 못 채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얼마 전 막을 내린 그랑프리 세계대회(7.7~31)를 14명 엔트리 중 12명으로 소화했다. 아시아선수권(8.9~17) 역시 13명만 뽑았다.

김연경은 이어 선수 이름까지 거론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21ㆍ흥국생명)이 들어왔어야 했다”며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제재는 없다.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배 선수가 후배를 공개 비판하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이재영은 김연경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차세대 에이스다.

흥국생명 이재영. KOVO 제공
흥국생명 이재영. KOVO 제공

흥국생명 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재영은 왼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 모두 빠졌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고교 때 수술 받은 왼 무릎 인대에 무리가 가서 재활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도 “이재영은 얼마 전까지 재활하다가 8월 초 팀 훈련에 합류했다. 좀 더 쉬어야 하는데 그랜드 챔피언스컵(9.10~14)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9.20~24)은 반드시 뛰어달라는 홍성진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따라 감각을 찾기 위해 조기 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발 선수가 부상으로 소집에 응할 수 없을 경우 배구협회는 지정병원에서 재검을 실시해 진단기간을 확정해야 한다. 4주 이상 나와야 국가대표 제외다. 어기면 최장 1년 간 국내대회 출전 금지, 차기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선발 제외 등 중징계가 따른다. 박 감독은 “(재검 등) 모든 절차를 다 거쳤다”고 밝혔다.

배구계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연경이 단순히 후배 선수의 국가대표 기피 의혹을 비판한 게 아니라 대한배구협회의 주먹구구식 일 처리를 겨냥한 거라는 분석이다.

여자 대표 선수들은 지난 6월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하는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6.3), 그랑프리, 아시아선수권, 그랜드 챔피언스컵, 올림픽 티켓이 걸린 세계대회 예선 등 살인 일정을 소화 중이다. 대다수 나라는 일부 대회에 주전은 휴식을 주고 유망주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짜지만 배구협회는 주축 선수만 계속 출전시키고 있다. 김연경도 지난 5월 터키 프로리그를 마치고 귀국한 뒤 거의 못 쉬었다. 배구협회가 조율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니 혹사당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만 봉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또한 철저한 준비로 무장한 다른 나라와 직접 경기한 선수들은 이렇게 가면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은 커녕 출전권 확보도 쉽지 않을 거란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결국 김연경이 선수 대표로 총대를 메고 입바른 소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연경은 “협회에 큰 도움 바라는 게 아니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엔트리 같은 기본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고생만 한다는 생각만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배구협회 류중탁 전무이사는 “종합적으로 대책을 논의 중이다”고 답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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