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해외 석학 칼럼] 트럼프의 중동 좌충우돌

입력
2017.08.06 12:55
0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겼다. 돌이켜보면 그 기간 트럼프 정부는 국내에서 해낸 것이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외교 정책으로 시한폭탄 같은 지정학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의 부재와 전임 오바마의 유산을 뒤집으려는 집착의 결과를 중동정책만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없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해 시리아 공군기지에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선뜻 믿기 어려운 인도주의라는 이유를 별개로 하면, 트럼프가 군사력을 투입한 유일한 근거는 오바마가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에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 사안에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그는 시리아 남서부 지역의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것이 시리아 다른 지역에서도 모델이 되어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리아 상황을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조차도 평화 협상이 그런 지역 휴전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사드 정부는 수년 간 그들을 대신해 싸우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러시아 그리고 터키 같은 동맹국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에 반해 시리아 반군은 드문드문 지원을 받았을 뿐이고 내전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분열돼 있다.

시리아의 장래 국경이나 통치에 대해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민사회단체는 없다시피 하고 민족ㆍ종교 집단은 넘쳐나는 조각난 나라에서 소수자는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 국경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라크를 통해 세계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선거만이 아니라 탄력적 제도와 효과적 통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오바마 정부의 시리아 정책 목표는 아사드와 싸우려는 온건 반군을 가려내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온건 반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도 중단했다. 그런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그것은 이란, 터키, 러시아가 중재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진행 중인 평화회담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든지 아스타나 논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조짐은 없다.

트럼프의 6개월을 돌아보면 아사드가 당분간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가 봉착한 문제는 오바마가 시리아의 알라위 지배 체제를 전복하면 이슬람국가(IS)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던 때와 마찬가지다. 많은 시리아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가늠하지도 않고 아사드를 제거한다면 급진적인 ‘수니 스탄’(수니파 독립국) 출현을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는 주로 수니파 아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단순히 특정 국가들의 폭력적 시아파나 알라위 체제의 결과가 아니며, 그런 체제가 존재한다면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IS는 마그레브만큼 멀리 떨어져있는 지역에서 다른 터전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시리아 너머 더 큰 것을 생각하고 싶어할 수 있다. 5월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그 지역 최고의 미 동맹국이라고 칭찬했다. 오바마와 부시의 정책이 달랐던 점도 있어서 새로운 백악관 친구를 열망했던 사우디는 리야드 거리를 거대한 트럼프 얼굴 포스터로 장식해 그를 맞았다. GCC에서 이란은 그 지역 모든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됐다(사우디가 이란의 대리자로 여기는 이라크를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이란 노선은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트럼프가 사우디를 끌어안는 것은 이란 문제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우디를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발을 빼고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정당인 파타당 재정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조직 하마스를 내몰 여지가 있다. 하마스는 사우디에서 생겨난 살라피스트 운동과 경쟁 관계인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받는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우디를 끌어안으면서 트럼프는 생각지도 않게 이 나라와 오랫동안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해 온 이웃 카타르와 공공연한 싸움을 불러 일으켰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함께 카타르를 전면 봉쇄하고 그 나라 지도자들에게 일련의 광범위한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카타르와 다른 걸프 국가들 사이의 외교적 분쟁으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틸러슨은 트럼프와 거리를 두었고 워싱턴에서는 그가 사직을 원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트럼프가 중동에서 업적을 남기려면 지역의 복잡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항하듯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말에 빗대자면 외교의 첫 번째 규칙은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차관보

ⓒProject Syndicat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