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결점 상당” 불만도 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동시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달 27일 법안이 미 의회 상원을 통과한지 엿새 만이다.

AP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비공개 자리에서 제재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서명으로 패키지 법안은 공식 효력을 갖게 됐다.

대북 제재법은 원유수입 봉쇄 등 초강경 제재를 담아 북한의 달러 유입 경로를 틀어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의 원유ㆍ석유제품 수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전방위 제재 조치를 망라하고 있다.

러시아 제재안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 등에 더해 지난해 해킹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책임을 물어 신규 제재를 추가했다. 러시아 에너지 업체들의 미국 및 유럽 내 석유ㆍ가스 프로젝트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란 제재 법안에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연관된 이들과 최고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등에 대한 제재와 무기금수 조치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패키지법에 서명한 것은 이달 휴지기에 들어가기 전 법안 처리를 요구한 의회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상원은 3국 통합 제재안을 찬성 98표, 반대 2표로 가결했고, 지난달 25일 하원 역시 찬성 419표, 반대 3표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을 마지 못해 승인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안은 상당한 결점을 갖고 있다(significantly flawed)”며 “의회가 제재 법안에 대통령의 권한을 대체하는 위헌 조항들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당초 일관된 친(親)러시아 성향과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없지 않았다. 상원은 이런 우려를 감안해 러시아 제재안을 완화ㆍ해제하려 할 때 반드시 의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해 트럼프의 개입 시도를 원천 봉쇄했다. 트럼프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그 (위헌) 조항들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에 부합하도록 이행할 것”이라고 말해 법안을 전면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서 자국 주재 미 대사관 직원 수를 700명 이상 감축하고, 모스크바 내 별장과 창고 시설 등 외교자산 두 곳을 압류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 양국의 대립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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