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일의 성패는 화려한 말 잔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 내용 조율에 있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 점에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숱한 우여곡절로 한때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한 각종 경기장과 도로망 등 인프라는 거의 다 갖춰졌다. 7월 현재 공정률도 80~90% 이상으로 순항 중이다. 대회 폐막 후 민간에 분양될 선수촌과 미디어빌리지는 100% 완판은 물론, 프리미엄 가격이 붙을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평창 알펜시아컨벤션 야외 잔디밭에서 평창올림픽 홍보영상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참가자들이 2018 글씨를 만들며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제공

여기에 더해 세계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시범 망을 구축하는 등 하드웨어는 역대 올림픽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이를 기반으로 평창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와 앵글로 경기 장면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많이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에서도 충분한 예산 지원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감자 밭 일색이던 평창 알펜시아 일대가 올림픽 도시로 상전벽해 한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문제는 하드웨어에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할 소프트웨어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4 소치올림픽은 규모의 대회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2018 평창은 달라야 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평화와 문화, 환경, IT 올림픽으로 콘셉트를 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그러나 결국은 대회를 운영할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올림픽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고 이끌, 평창 조직위의 ‘수준’이 사실상 대회의 성패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조직위 수뇌부의 ‘영혼 없는’ 발언이 엉뚱하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붐업이 되지 않는 이유를 언론사 내부의 역학관계 탓으로 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편집(보도)국내 ‘힘있는 부서’를 거론하면서 몇몇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술자리 사석에서도 가당찮은 말을 공식회의 자리에서 꺼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희범 위원장이 이끄는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1,200여명이 넘는 매머드 인력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휩쓸려 갖은 오해와 억측을 받았지만 이 위원장의 헌신적인 리더십으로 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이권개입에 ‘제동’을 걸었다는 이유로 조양호 위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대타’로 임명됐다는 주홍글씨를 안고 있다. 그래서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마음고생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관료 중 최적의 인사로 안팎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실제 정통 관료출신인 이 위원장은 특유의 낮은 자세와 기업 친화력으로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올림픽 후원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만난 이 위원장은 “올림픽 조직위원장이란 자리가 (산업자원부)장관 커리어보다 더 소중한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체부, 강원도, 민간인출신 3인 3색의 조직위 인적 구성과 이에 따른 불협화음이 적잖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을 개인 영달의 징검다리로 여기는 ‘어이 상실’ 분위기가 없지 않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헌신보다는 보신주의가 판을 친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책임 있는 고위 간부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말 첫 방미길에 오르면서 의미심장한 대 언론 메시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전용기내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ㆍ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 절반은 언론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똑같은 모습이라도 (언론에 의해) 더 빛이 나고, 그 성과조차도 묻혀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창 조직위가 밤낮으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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