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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스타벅스가 선택한 하동 녹차, 세계인이 음미한다

입력
2017.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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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가공제품ㆍ축제ㆍ관광 등

브랜드 가치 年 1000억원 넘어

올해 가루녹차 100톤 수출 계약

스타벅스 매장 통해 전세계 선봬

연내 유엔 농업유산 등재도 기대

“세계적 브랜드로 100년 먹거리”

17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차밭이 싱그로운 초록색을 띄고 있다. 하동=전혜원 기자
17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차밭이 싱그로운 초록색을 띄고 있다. 하동=전혜원 기자

경남 하동군은 우리나라에서 차(茶)를 처음 심고 보급한 국내 최대 야생차 생산지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공이 차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 남녘 화개동천에 심었다고 적혀 있으며, 화개면 지리산 쌍계사 입구의 ‘대렴공추원비’에도 쌍계사가 한국의 차 시배지(始培地)로 기록돼 있다.

하동군은 이런 야생차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 하동의 ‘미래 100년 먹거리’로 만든다며 ‘야생차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동군은 농림축산식품부 및 수출기업과 국내 유기농 녹차를 대표하는 하동 녹차의 수출 확대를 위해 민ㆍ관 협약을 체결, 본격 해외 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협약은 미국, 독일 등의 유기녹차 수요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료 생산단지와 수출기업간 연계를 통한 유기녹차의 생산ㆍ가공ㆍ수출기반을 구축, 농업의 6차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

협약에 따라 하동에서 생산된 녹차가 세계 최대 커피전문 가맹점 스타벅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게 됐다. 군은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국내 무역업체 비젼코리아와 친환경 가루 녹차 100톤(215만달러)에 대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우리나라 녹차의 연간 수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1차로 500㎏이 인천공항을 통해 수출길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수출된다. 군은 연간 수출목표를 350만 달러로 잡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앞서 하동 전통차 농업은 2015년 3월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렸고, 하동 작설차는 국제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됐다. 세계적 스타벅스가 하동 녹차를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과 관련, 다음달 2∼3일 10명 안팎의 심사위원이 화개면 일대를 방문해 야생차밭과 가공시설 및 판매장 등에 대한 현장답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실사를 거쳐 올해 하반기 세계농업유산 등재까지 이뤄지면 하동 야생차의 산업화ㆍ세계화를 위한 발판은 완전 마련한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다.

하동의 유기녹차가 세계인의 기호식품으로 접근하는 과정에는 생산에서 가공까지 하동의 남다른 여건과 군의 노력이 있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쌍계사 입구에 위치한 ‘대렴공추원비’에는 이 일대가 한국에서 차를 최초로 심었던 곳이라고 적혀 있다. 하동=전혜원 기자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쌍계사 입구에 위치한 ‘대렴공추원비’에는 이 일대가 한국에서 차를 최초로 심었던 곳이라고 적혀 있다. 하동=전혜원 기자

우선 하동 야생차가 과거 왕에게 진상된 ‘왕의 녹차’로 불린 데는 차나무 재배에 최적 조건을 갖춘 지정적 여건 때문. 주산지 화개면 일대는 섬진강과 화개천이 인접해 안개가 많고 다습하다. 토양은 약산성에다 수분이 충분하고 자갈이 많은 토질도 차나무 재배에 좋은 환경이다. 차 생산 시기 밤낮의 기온 차가 매우 큰 것도 장점이다.

여기다 2007년 10월 문을 연 재단법인 하동녹차연구소는 싱크탱크 역할을 넘어 시장개척에서 유통까지 하동 야생차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연구소의 재정자립화율이 평균 10%대 수준인 반면 하동녹차연구소는 40%를 웃돌고 있는 것도 연구소가 그만큼 뛰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양질의 차 생산을 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물론 가공퇴비의 사용도 억제하는 등 친환경 유기농화를 주도, 현재 화개면 정금리 일대 ‘유기농산물생산단지’를 비롯해 322개 농가(연면적 364㏊)가 친환경농산물인증 차를 재배하고 있다.

또 세계의 차 소비행태가 음용차 중심에서 식품첨가용으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반세균, 대장균, 진균 등 미생물을 처리하는 살균시설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수출 확대를 겨냥한 발 빠른 행보다.

하동야생차로 만든 치약ㆍ샴푸 세트(왼쪽부터)와 소면, 라이스칩. 하동=전혜원 기자
하동야생차로 만든 치약ㆍ샴푸 세트(왼쪽부터)와 소면, 라이스칩. 하동=전혜원 기자

녹차연구소는 차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15년 6월 출시한 ‘이순신 크림(General Lee Cream)’ 등 기능성 5종 화장품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차나무 열매를 짠 기름을 발라 상처를 치유했다’는 구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개발한 이 크림은 10%의 차씨 오일에다 녹차 및 홍차 성분이 포함돼 민감한 피부나 상처, 벌레에 물렸을 때 간단하게 바를 수 있는 핸드크림과 립밤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게 개발됐다.

군은 하동 야생차 브랜드 가치를 연간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여억원에 달하는 생산액에다 가공부가가치효과와 문화, 관광 등 파생효과 등을 합친 수치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은 하동 야생차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야생차문화축제를 여는가 하면 차 문화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보전ㆍ계승하기 위해 야생차박물관도 개관했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하동야생차문화축제(5월 4~7일)는 차의 6차산업화와 세계화를 모티브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축제기간 연인원 48만명이 찾아 200억원이 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두는 등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도약했다. 특히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지난해 세계축제협회가 시상하는 ‘피너클어워드’에서 금상 3개, 은상 4개 등 7개의 상을 휩쓸어 국내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차 교육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화개면 하동야생차박물관은 최근 597㏊에 이르는 주변 야생 녹차밭이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각광 받으면서 ‘겨울철 탐방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1,200여년 이어 온 역사성과 차별성, 우수성, 자연생태적 가치 등을 바탕으로 하동 야생차 산업의 세계화 기틀을 마련했다”며 “하동을 수출용 차의 생산거점으로 육성, ‘하동 차’를 세계적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동=이동렬 기자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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