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첫 방송된 Mnet '아이돌학교'의 한 장면. Mnet 방송 캡처

“우리 아이들에게 여러 번 상처를 주네요.”

경기도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뿔났다. 지난 13일 방송돼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Mnet ‘아이돌학교’ 때문이다. 이 초등학교의 고학년 여학생들은 요즘 ‘아이돌학교’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까지도 여파에 시달리는 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몇 개월 전, 이 학교에는 아이돌그룹 멤버를 선발한다는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서 여학생들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쫙 펴졌다. 일반인이 대상이라는 얘기에 동영상 응모 요령까지 순식간에 돌았다. ‘아이돌학교’ 제작진의 지인이라는 학부모가 권유했으니 별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13세 미만의 5,6학년 여학생들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그러다 말겠지” 했단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5,6학년 여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대거 지원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여학생들 사이에서 알력이 불거졌다. 마치 ‘아이돌학교’에 지원하지 않으면 이상한 아이로 취급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원을 허락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은 지원만 하면 TV에 출연해 아이돌그룹 멤버가 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이돌학교’에 지원한 이 학교 학생 전원이 동영상 오디션에서 탈락했다. 학생들의 충격은 보기보다 컸단다. “꼭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학생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좌절감에 몸서리쳤고, 부모의 반대로 동영상 지원을 하지 못한 학생은 “이럴 줄 알았으면 지원이라도 해볼 걸”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부모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 학부모는 “동영상 지원을 포기한 아이가 연기 학원에 보내달라며 몇 주째 떼를 쓰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아이돌학교’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그렇게 ‘아이돌학교 앓이’가 끝난듯 싶었다. ‘아이돌학교’ 첫 방송을 보고 학부모들은 다시 충격받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더니 출연자(41명)의 절반 가까이가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이거나 연예 활동을 했던 이들이었다. 연예인의 자녀까지 출연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출발선부터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었다. 더구나 출연자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나이로, 13세 미만 출연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일반인’이란 기준은 아이들을 프로그램의 경쟁률을 높이는 데에 ‘이용하려 들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출연했어도 들러리나 희생양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프로그램 내용도 초등학생이 출연할 만한 게 아니었다. ‘무대 위기 대처술’이라며 짧은 치마의 세일러 교복을 입은 신입생들을 비에 홀딱 젖게 만들거나, 체육복을 입힌 채 물에 빠뜨리는 폐활량 훈련은 아무리 봐도 이해 불가다. 몸매를 도드라지게 보이려는 교복과 체육복, “잘 때도 예쁘게!”를 외치는 외모 지상주의는 출연자들을 성 상품화로 내몬다. 10대 청소년이 절반이나 있다는 걸 제작진이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1년 전 강도 높은 비난을 받은 ‘프로듀스 101’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아이돌학교’가 성장의 무대라고 했던 제작진의 말을 믿을 수 없다.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어른들의 장삿속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kiss@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예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