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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자동차ㆍ호텔의 합성어 ‘모텔’ 변천사 보니…

입력
2017.07.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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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이 큼직하게 적혀 있는 낡은 간판. 게티이미지뱅크
모텔이 큼직하게 적혀 있는 낡은 간판. 게티이미지뱅크

모텔(Motel)은 모터(Moto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자동차와 연관이 깊다. 1908년 하룻밤 50센트에 자동차 여행자들을 받은 미국 애리조나주 교외의 한 목조주택이 모텔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 모텔은 주차가 편하고 팁을 줄 필요가 없는 저렴한 숙박시설로 대중화됐다. 예약할 필요 없이 아무 때나 가도 된다는 것은 호텔과 차별화된 모텔만의 장점이었다.

국내에 모텔이란 간판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숙박업계에 오래 몸 담은 이들은 “1960년대에도 모텔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업계에 따르면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모텔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급속히 확산됐다. 가격 대에 따라 호텔, 관광호텔, 장(莊), 여관, 여인숙 순으로 구분됐던 숙박업소 서열에 모텔이 끼어들자 장과 여관은 곧 자취를 감췄다. 88올림픽 이후 승용차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도 이런 모텔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최초의 동서 고속도로였던 66번 국도 변에 서 있는 모텔 안내표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최초의 동서 고속도로였던 66번 국도 변에 서 있는 모텔 안내표지. 게티이미지뱅크

모텔은 숙박업소의 패러다임을 ‘잠자는 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바꿨다. 서울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종로, 신촌, 신림동, 영등포, 방배동, 잠실 등에는 앞다퉈 모텔촌이 형성됐고,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에도 모텔이 들어섰다. 1990년대 신도시 상업지역에 들어선 룸살롱들과 연계된 속칭 ‘2차 장소’도 모텔이었고, 4시간만 빌려 쓰는 ‘대실’이란 독특한 문화도 모텔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모텔은 욕망의 분출구로 자리 잡았지만 부정적인 인식도 커졌다. 회사원 전모(43)씨는 “10년 전만 해도 혼자 모텔에 가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며 “예전엔 지방에서 회사 워크숍을 하면 여사원들에게 모텔 대신 시설이 좋은 관광호텔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색즉시공2' 스틸컷. 시대상이 담긴 모텔은 한국영화 속 단골 배경으로 등장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07년 개봉한 영화 '색즉시공2' 스틸컷. 시대상이 담긴 모텔은 한국영화 속 단골 배경으로 등장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00년대 들어 ‘MT’(모텔을 뜻하는 은어)가 젊은 층에서 거부감 없이 통용될 정도로 성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모텔도 변신을 시작했다. 호텔 이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모텔들은 데이트 이외에 시험공부나 파티, 힐링 공간 등으로 활용됐다. 숙박예약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대중화되며 이런 추세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단기간에 숙박업소의 대명사가 된 모텔이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관광진흥법상 관광숙박업은 호텔과 콘도미니엄에 적용되고,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업태(영업이나 사업 실태)는 호텔ㆍ관광호텔ㆍ여관ㆍ여인숙뿐이다. 건축법에도 모텔이란 용어는 없다.

국내에서 모텔은 개별 업소의 간판 개념인 셈이다. 업태 신고 사항이 아니어서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파악도 안 된다. 게다가 관광호텔을 제외한 숙박업소는 호텔이나 모텔 간판 중 아무거나 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호텔이 전국에 3만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중 모텔을 상호로 쓰는 곳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며 “딱 모텔 수준이어도 호텔인 곳이 있고 반대로 호텔 뺨칠 정도의 시설인데도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기 위해 모텔 간판을 단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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