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또한 속전속결 대상인가
각론의 경로는 나라마다 다르게 마련
차분하고 길게 복잡성을 뚫고 나가야

탈원전 정책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30%인 원전 비중을 2030년 18%까지 낮추는 계획은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현재 30% 정도 공정이 이루어진 신고리 5ㆍ6 원전 건설공사도 일시 중지시킨다는 결정은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다. 그들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과제에 대해서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은 정부 출범 이후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첫 의제인 셈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개혁을 원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무조건 원전을 폐쇄하는 쪽으로 가야 할까? 오래된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원전 비율을 축소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일단 충분하지 않을까?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얼마나 가능한지 확실해져야 한다. 나는 정부가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호소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를 바란다. 탈원전 정책은 검찰개혁처럼 속전속결로 수행할 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도 찬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니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중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탈원전의 총론과 각론을 구별해보자. 나도 총론에서 탈원전에 찬성한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탈원전 과정은 나라마다 다른 경로를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 독일이 2011년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 전환은 생태적 각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80년대에 녹색당이 진출한 이후 독일은 생태정치가 가장 성공한 나라였지만,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 2000년 탈원전 선언, 2010년 메르켈 정부의 선언 폐기, 2011년 3월 초 후쿠시마 원전 사고, 3월 말 남부 바덴-뷔르템베르그 주 선거에서 기민당 58년 만에 선거에서 패배 등이다. 깜짝 놀란 독일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사회적 공론기구 결정에 맡겼고, 그 결과 비로소 탈원전 정책이 결정됐다. 독일 북부 지역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위한 기반을 충분히 제공한다. 또 원전사업을 하던 대표기업인 지멘스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같이 하므로 노조의 반대도 없다. 서유럽 여러 나라가 서로 에너지를 교역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탈원전은 가능하다. 다만 각론에서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교수들 400여명이 탈원전 반대성명을 냈다고 하는데, 100여명 정도가 핵 관련학과 소속이다. 의견표명이야 할 수 있겠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교수들이 그런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원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 주장은 틀린다. 부분적 대안은 분명히 있고, 부분적 축소도 가능하다. 다만 원전을 완전히 폐쇄해야 할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로지 원전에 반대해야만 할까? 원전은 절대적 악일까?

80년대 독일에서 공부했던 나도 이 논리를 붙잡고 한 동안 씨름했다. 모든 나라에서 전면적 대체가 가능할까? 신재생에너지가 야기하는 비용 문제는 나라마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문명은 점점 더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전기 배터리 원료도 제한되어 있다.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는 한, 세계에서 ‘원전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는 평화적으로만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 시도는 선의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절대선은 아니다. 그래서 진지한 생태 연구자 중에도 원전폐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이아 이론을 주장한 러브록은 훌륭한 생태주의자이면서도, 전면적 원전폐쇄에 반대한다. 모든 나라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 차분하게 길게 보자. 이념에 호소하진 말자. 복잡성을 뚫고 가야 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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