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의사 김상수의 야구칼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수수급시스템에서 선수는 철저히 ‘을’의 입장이다. 선수가 원하는 팀에 입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끼리의 약속에 의한 순번대로(전년도 순위의 역순) 간택되어 계약을 맺는 것이다. 본인이 싫다고 이를 거부하고 다른 팀과의 계약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바로 자유계약선수(FA)제도다.

대한아마야구협회 소속 4년제 대학선수로 4년간 등록된 졸업자는 8시즌(단, 해외진출시 9시즌), 이외의 자는 9시즌을 마쳐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FA 계약자는 계약 이후 4시즌 충족시 재자격 취득을 갖추게 된다. FA가 된 연후에야 스스로 구단을 선택할 수 있다. 1999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결성된 이후에 도입한 ‘혜택’이다.

주전경쟁이 치열한 프로야구에서 FA자격을 취득한다는 것은 오랜 운동선수생활의 최고의 보상을 받는 것이다. FA선수들의 선택은 한 개인과 가족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일생일대의 기회인 것이다. 다치지 않고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는 것은 개인적 노력뿐만이 아니라 행운의 보살핌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신문지상과 온라인 뉴스란을 장식하는 거액의 FA잭팟을 터트리는 몇몇 선수들의 이면에는 1군 그라운드에 서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사라지는 수많은 선수들의 한숨과 눈물이 있다. 아래 표는 연도별 등록선수 및 신규 FA자격 충족선수비율이다.

FA자격취득과 함께 원 소속구단에 남는 이들도 있지만, 구단을 떠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다치거나 성적이 안 좋은 선수들을 방출할 때는 ‘프로는 비즈니스’라고 간단하게 얘기하지만, FA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에 대한 팬심의 동요는 비즈니스관계를 뛰어넘는 감정적 파동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특히, 주축선수나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지난 시절 쏟아 부었던 애정의 빚을 돌려받으려는 듯한 극심한 야유와 조롱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선수 본인의 선택으로 일어난 사단이니 당연히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비난과 야유가 그 몫에 비해 과도한 것이라면 이는 정당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MLB에서는 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를 떠나 뉴욕양키스로 이적한 A-로드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지만 양키스로 이적한 뒤의 쟈니 데이먼 등은 친정팀에서 경기를 할 때, 홈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동서고금의 차이가 크지 않은 모양이다.

KBO도 연륜이 깊어지면서 FA와 관련하여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감독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A감독: OO선수가 상대팀 주전 선수가 되었으니 당연히 야유가 나올 수 있다.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B감독: (야유는) OO팬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직업선수가 이해해야 한다. 그거 못 뛰어넘으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

C감독: 야유가 나올 때마다 내가 마음이 불편했다. 팬들이 선수들을 이해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얘기다.

갑: 분명 팬들이 섭섭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인사했다. OO있을 때 못한 것은 사실이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을: OO팬들의 사랑은 최고였다. 하지만, OO를 떠난 선수들은 말 못할 이유가 있다.

병: 일부OO팬들은 내가 돈 때문에 OO로 이적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섭섭하고 속상했다.

(*감독과 선수의 인터뷰는 2012년 4월 26일의 실제 기사를 익명 처리한 것임을 밝힌다.)

2017년 7월 15일 올스타전에서 터진 야유를 지켜보면서, 원로 가수 이미자의 <빈 약속>노래가 떠올랐다면 너무 과도한 상상일까? 애증의 노랫가락을 떠올리면서 ‘관중의 품격’같은 날선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떠난 님은 미치게 그립고 때로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미운 법.....하지만....사랑한다면....

동네 한의사 김상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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