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PS 켜고 로그인 유지하면
장소ㆍ시간 등 타임라인에 남아
빅데이터로 취향ㆍ욕망까지 파악
‘빅브라더’ 감시사회 우려
#2
전 세계 검색시장 91.8% 장악
데이터 양ㆍ분석 알고리즘 압도적
3년 전 오늘 내 행적 분단위 기록
“구글 편리하지만 소름 끼친다”
#3
내가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인지
구글ㆍ페북이 내놓은 선택지 보고
내가 원한다고 믿는 것인지 혼동

3년 전 오늘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었는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거나 매일 메모를 남기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수 년 전 어느 날을 기억할 리 만무하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기억 속에 한 조각 흔적도 없는 그 날의 행적을, 그러나 그 누군가는 알고 있다. 2014년 7월 15일 오전 7시43분, 기자는 강남역의 한 영어학원에 있었다. 토익 공부에 한창이던 그 당시 학원 옆 커피숍 구석자리를 종종 찾았는데 그날은 오후 12시27분부터 4시7분까지 카페에 머물렀다. 오후 4시11분~6시15분에는 강남역 3번 출구 앞 스터디룸에서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 더 정확히 나를 알고 있는 그는, 바로 구글이다. 이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돼 있다.

정신 없이 바빴던 지난 3일의 행적도 구글은 낱낱이 알고 있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오전 11시 41분부터 29분 동안 점심을 먹고, 오후 2시4분에 버스를 타고 분당 서현역으로, 다시 택시로 서울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동해 취재를 하고, 오후 8시16분부터 9시34분까지 복성각 남대문점에서 부 회식을 가진 것까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29분. 타임라인 기록에는 이날 하루 지하철 이용시간 1시간41분(39.0㎞), 버스 53분(31.5㎞), 택시 30분(20.7㎞)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구글 타임라인은 구글이 수집한 시간대별 이동경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예컨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라면, 구글 지도나 지메일 등을 이용하려고 늘 GPS를 켜고 로그인을 유지한다면, 나의 수년치 과거는 통째로 구글의 것이다. 안드로이드 폰은 GPS, 휴대폰이 접속하는 와이파이 위치와 신호의 세기, 통신사 기지국과의 거리를 종합해 내가 어느 동네 어떤 건물의 커피숍에 있는지를 정확히 추적한다. 전 지구를 스캔하다시피한 구글 지도, 지하철 와이파이 위치, 버스 정류장 위치 등 데이터를 구글이 모두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타임라인에는 내가 찍은 사진과 이용한 이동수단도 저장돼 있다. PC에서 구글 지도를 열고 왼쪽 상단 삼선(三) 모양 메뉴를 클릭해 ‘내 타임라인’을 선택하면 이 정보들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의 타임라인에 기록된 기자의 행적. 분 단위의 시간대별로 거쳐간 장소, 이동경로, 이동수단, 찍은 날짜 등이 낱낱이 드러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구글

신용카드사, 유통업체, 금융사 등이 이미 다양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터넷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들여다보는 정보는 차원이 다르다. 한 개인의 삶을 거의 다 재구성할 수 있다.

특히 구글은 데이터의 양과 분석 알고리즘 면에서 압도적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의 85%를 점유하며 구글은 전세계 검색시장의 91.8%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지메일 구글지도 캘린더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 정보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밝힌 데이터 수집정책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기록, 방문한 웹사이트, 시청한 동영상, 사용자 위치, 지메일에서 주고 받은 이메일, 캘린더 일정 및 연락처까지 수집한다. 구글이 하루 처리하는 데이터는 2009년에 이미 24페타바이트(1페타=10의 15제곱 즉 1,000테라), 서류가 꽉 찬 4단 캐비닛 4억8,000만개 분량이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똑똑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구글은 나의 활동반경과 사회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나의 성향, 나의 선호, 나의 욕망까지 간파하고야 만다. 검색하려는 순간 상품을 추천하고, 내일 일정이 있는 곳의 식당 정보를 알려준다. 과거 행동패턴을 분석해 나를 예측하는 것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우리는 당신보다 당신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 소름끼치는 일인가. 아마존 역시 과거 읽었던 책 정보를 분석해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띄우고, 네이버는 읽은 뉴스 목록을 토대로 읽고 싶어할 기사를 들이민다. 페이스북은 여행지의 숙소 광고를 노출시키고 카카오톡은 친구를 맺으라 등떠민다. 황주성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연히 구매하는 일은 사라지고 빅데이터의 계산에 따라 큐레이션, 추천으로 소비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보안전문가인 무스타파 알-바쌈은 2016년 그의 트위터를 통해 구글맵을 삭제해도 구글 플레이 앱이 사용자 몰래 24시간 이동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캡처

정보를 축적한 인터넷 업체들은 가족도 모르는 가장 내밀한 면까지 알아차린다. 영국 주간지 ‘더 위크’에 따르면 동성애자임을 감추고 있던 청년 맷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밍아웃? 도움이 필요하세요?’라는 광고가 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맷은 친한 친구와 성적 지향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받고, ‘롭 포트만 미국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동성 결혼 지지를 밝혔다’는 버즈피드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페이스북이 그를 커밍아웃하지 않은 동성애자로 파악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심지어 내가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내 친구가 올린 글과 사진 등을 통해 나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취향과 욕망의 빅데이터는 맞춤형 광고영업을 가능케 하는 자산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가파른 광고영업 수익 신장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조차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올해 각각 726억9,000만 달러(81조3,765억원)와 337억6,000만 달러(37조7,943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보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디지털 광고 증가분의 99%를 이들 두 기업이 싹쓸이했고, 전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의 약 절반(46.4%)을 점유하고 있다.

나의 결정은 누구의 것인가

단지 광고영업뿐일까? 빛의 속도와 우주적 용량으로 수집되는 이 빅데이터가 단지 여기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이용한다면 강력한 빅브라더의 감시사회가 열릴 수 있다. 인류의 권위에 도전할 초지능의 출현마저 가능할지 모른다.

2012년 페이스북이 했던 감정 전이 실험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이 이용자를 통제하는 단계로 남어가는 단초를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68만9,003명을 대상으로 특정 사용자엔 긍정적인 게시물을, 다른 사용자에게는 부정적인 게시물을 더 자주 노출시킨 뒤 이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콘텐츠가 올라오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은 유의미한 결과 없이 끝났고 실험을 주도한 페이스북의 코어데이터과학팀의 애덤 크레이머 연구원은 “이 실험이 귀중한 성과를 내도 사람들의 불안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사용자들을 감정실험의 모르모트 취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빅데이터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자유의지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씨앗이 잉태돼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내가 원한다고 판단한 것’을 보는 현실. 내가 욕망하기도 전에 그들이 내놓은 선택지를 보고, 내가 그것을 원한다고 믿는 현실. 여기서 선택과 통제의 권한은 과연 누가 행사하는 것일까.

‘호모 데우스’(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인간이 그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구글을 신(神)으로 모실 미래를 전망한다. 결혼 같은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것을 지켜본” 구글이 “87%의 확률로 존이 더 만족스러울 거야”라고 대신 판단해 줄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구글, 페이스북, 그 밖의 알고리즘들이 모든 것을 아는 신탁에서 대리인으로, 마침내 주권자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태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 기초학부 교수는 ‘검색되지 않을 자유’(알마)에서 미래의 인간을 ‘호모 익스펙트롤(Homo-expectrol)’ 즉 예측이 가능한, 통제 가능한 인간으로 규정했다. “(빅데이터가) 정확하게 예측하고, 탁월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인간들로 재부팅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는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우리는 개인정보를 쥐고 있는 빅 브라더의 탄생도 목도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관찰되고 감시되는 사회,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할 것인가.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정보 데이터 “신성한 권한”

하라리 교수는 신성한 권한인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기업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물론 업체들은 정보수집 범위가 사용자의 동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정김경숙 구글 코리아 홍보팀 전무는 “구글은 개인정보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자가 원하면 해당 기능을 정지시킬 장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경우 웹사이트 오른쪽 상단 격자무늬(▦)를 클릭해 ‘내 계정’-‘내 활동’을 들어가면 저장된 활동 흔적을 지울 수 있고, 구글 지도의 ‘내 타임라인’ 메뉴에서 위치 기록을 중지 또는 삭제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설정 메뉴에서 GPS를 끄면 애초에 위치정보 수집이 안 된다. 페이스북은 상단 메뉴 맨 오른쪽 세모(▼)를 클릭해 ‘활동 로그’에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고, 빠른 길을 찾으려면 GPS를 켤 수밖에 없어 개인정보를 지키려면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 약관에 ‘IP주소, GPS주소 등을 사용해 위치를 수집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구글 타임라인을 아는 이용자가 적은 것처럼 약관 동의가 유명무실한 것도 사실이다. 삭제한 정보도 저장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막스 슈렘스(30)씨가 2011년 페이스북으로부터 자신과 관련해 저장돼 있는 A4 용지 1,222쪽 분량의 정보를 받아본 결과 삭제한 정보도 모두 보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이용자들 동의 없이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15만 유로(약 1억8,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황주성 교수는 “일단 무작위적으로 수집하고 동의는 나중에 얻겠다는 식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크다”며 “정보권력을 막기 위해서는 내 정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가공돼 어떤 자료로 이용되는지 등을 사업자가 알려주고 인지된 이용자들이 집합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도 EU에서 도입 중인 ‘프라이버시 중심 설계(Privacy By Design)’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인이 내 정보를 삭제하길 원할 때 이 기능을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미트 회장은 2015년 “인터넷은 사라지고 인터넷이 곧 당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일찍이 “더 이상 사생활은 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미 현실은 인터넷 세상과 구분되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은 디지털 정보로 재현된다. ‘구글 브라더’에 이어 ‘구글 신’의 도래를 앞두고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나.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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