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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편견의 형성

입력
2017.07.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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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서 저는 불신과 맹신의 두 가지 극단적인 잘못된 믿음에 대해서 얘기하며 우리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이 잘못된 믿음에 빠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주제의 연장선에서, 보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편견(偏見)과 맹견(盲見)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저는 크게 한탄을 하였습니다. 제가 한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구급차가 가는데도 차들이 제 갈길 가기에 급급해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외국에서 살 때 구급차가 지나가면 모든 차가 그 자리에 서거나 비켜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부는 비켜주지만 그렇지 않은 차들이 많아서, 사회의 몰인정과 배려 없음에 한탄하곤 합니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인데 아무데서나 스마트폰에 매달리느라생기는 문제입니다. 길 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기 때문에 남들과 부딪치기도 하고, 횡단보도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웃과의 단절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로 옆의 이웃과는 단절이 일어납니다.

며칠 전에는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봤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급차가 빨리 지나가려고 사이렌을 울리는데도 그 젊은이는 그 구급차를 봤는지 못 봤는지, 그 사이렌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지금 구급차 안에서는 한 사람이 죽어 갈지도 모르고, 설사 그게아니더라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텐데 어쩌면 저렇게 철저히 이웃의 절박한 상황과 완전히 단절된 채 그깟 스마트폰에 빠져 있을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연속극이나 어쩌면 별 영양가 없는 허섭스레기 같은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재미있는 것을 보느라 이웃의 크고 절박한 현실은 보지 않는 게 못 보는 것인지, 안 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아니 그렇게 사는 것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보는 것을 맹견이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한자로 눈이 멀었다는 뜻의 ‘맹(盲)’과 본다는 뜻의 ‘견(見)’을 합친 말이지요. 편견도 문제지만 맹견도 문제라는 생각에 만들어본 말입니다.

제 생각에 맹견은 편견의 일종이지만 제일 고약한 편견입니다. 편견이란 먹는 것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이 편식인 것처럼 한 쪽으로 치우쳐 보는 것이지요. 전체적 시각에서 전체를 균형 있게 봐야 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친 시각을 가지고 한 부분만 보는 것입니다. 신문을 본다면 이런 시각의 신문도 보고 저런 시각의 신문도 봐야 하는데, 어느 한 쪽의 신문만 보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런 시각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 신문 중에 내가 한 신문을 선택한 것인데 일단 보기 시작하면 이제 신문이 나를 그쪽 시각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싫은 것은 듣지 않는 것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습니다. 맛있는 것만 먹다가 편식이 되는 것처럼 보는 것도 그렇게 편견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편식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편견도 우리의 정신을 해치고 무엇보다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해칩니다. 저녁놀을 보면 우리 마음이 저녁놀처럼 불게 물들듯, 보는 것이 우리를 그렇게 만듭니다. 사랑을 보면 우리가 사랑이 됩니다. 그런데 사랑을 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보면 사랑할 수 없게 되고, 점점 보는 것이 좁아지고, 관계는 단절될 것입니다. 불행해지는 겁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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