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사회서비스를 여러 중앙부처가 제공해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연구자)

“구체적으로 뭐가 중복이라는 건지 연구자가 밝혀라.”(보건복지부)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국회 청문회를 기다리는 박능후(61)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0여년 간 빈곤 등 사회복지 분야에 천착해온 복지 전문가입니다. 교편을 잡기 전인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정부의 연구 용역도 여럿 수행했고요.

그런 만큼 박 후보자는 보건복지부와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한 경험이 적지 않은데요. ▦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2013~2016년) ▦사회보장 재정추계소위원회 위원(2013~2014년) ▦복지부 규제심사위원회 위원장(2006~2008년) ▦복지부 국민연금제도발전전문위원회 위원(2002~2003년) 등의 경력을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자와 복지부의 인연이 언제나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무려 10년전 일이긴 하지만, 박 후보자와 복지부가 서로 얼굴을 붉힌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3월14일.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사회복지분야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를 공동 개최합니다. 토론 주제는 ▦복지서비스 분야에서의 민간의 역할강화 방안과 ▦현재 제공되고 있는 복지서비스의 효율성 제고 방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최 측은 발제자로 당시 경기대 교수이던 박 후보자를 섭외했는데요.

박 교수는 발제에서 “사회서비스(서비스 형태로 지급되는 복지)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 전체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여러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복지 중복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유사한 기능의 사회서비스를 복수의 중앙부처가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원낭비, 일선 기관의 업무 혼선 등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공자님 말씀’처럼 당연한 얘기로 들립니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여러 언론이 박 후보자의 발제를 인용, ‘복지 정책 중복이 많아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취지로 보도를 한 것이 복지부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토론회 다음날인 3월15일 복지부는 보도 내용과 박 후보자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복지부는 여섯 장 분량의 해명자료에서 박 후보자가 발제문에서 서로 유사한 사회서비스로 거론한 가사간병 도우미 사업과 노인돌보미 바우처사업, 노인일자리 사업과 사회적일자리사업 등은 지원 대상이 달라 절대 중복 지원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위 보도의 근거가 된 보고서(복지서비스 공공효율성 제고와 민간역할의 강화)의 연구자(경기대 박능후 교수)가 위 두 가지 사업의 내용이 중복된다고 판단했다면 중복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어느 정도가 중복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앴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립니다. 박 후보자가 구체적인 근거가 없이 해당 사업들을 중복 복지 사례로 거론했다고 꼬집은 건데요. 정부부처가 특정 개인에게 유감을 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건복지부 해명자료 캡처

복지부가 다소 과민한 반응을 보인 배경을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산 절감이 지상 과제인 기획예산처가 불어나는 복지 사업에 견제구를 날리려는 목적으로 연 토론회에서, 복지부와 인연도 있는 박 후보자가 너무 기획예산처 입맛에만 맞는 주장을 펼친 것이 좀 섭섭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또 2007년은 복지부가 사회서비스(현금이나 현물이 아닌,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복지)를 본격 도입한 첫해였던 만큼, 기획예산처에 관련 예산 축소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강한 어조로 해명자료를 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 후보자는 다른 사회복지학자들과 달리 효율성을 좀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합리적인 편이어서 복지부와 관계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 해명자료를 내는 데 관여한 복지부 간부들은 지금은 거의 다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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