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쌍용 만든 캐시카우
그룹 자동차 사업 투자에 휘청
사모펀드 한앤컴이 인수하며
인원감축ㆍ계열사 잇달아 매각
‘사모펀드식 경영’ 비판도 나와
한일시멘트에 시장지배력 밀리고
조만간 지분 재매각 가능성
업계판도 재편 촉진 우려도
쌍용양회 동해공장

지난 2015년 12월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컴)가 국내 1위 시멘트업체 쌍용양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시멘트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사모펀드들이 투자 차원에서 시멘트 회사 주식을 일부 사들인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시멘트 회사 경영권이 통째로 사모펀드에 넘어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재무상황을 호전시키려는 사모펀드 특성상 한앤컴이 쌍용양회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시멘트 업계 판도 재편을 촉진할 거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실제 한앤컴이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시멘트 업계는 본격적인 새판짜기 국면에 돌입한다.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가 라파즈한라 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현대시멘트도 한일시멘트와 손잡은 사모펀드 LK투자파트너스에 매각됐다. 국내 시멘트 업계의 7개 시멘트 사 중 3곳의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뀐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양회가 한앤컴퍼니에 매각된 뒤 시멘트 업계 재편은 모두 사모펀드들이 주도했다”며 “사모펀드 특성상 조만간 지분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멘트 업계는 조만간 2차 새판짜기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실적 및 직원 수 추이
재계 5위 쌍용그룹의 주춧돌 쌍용양회

쌍용양회는 지금은 해체된 쌍용그룹의 모태 회사다. 창업주 고(故) 김성곤 회장은 1962년 쌍용양회를 설립한 이래 제지, 해운 등으로 그룹의 사업영역을 활발히 넓혀갔다. 1975년 부친의 작고로 경영권을 이어받은 김석원(74) 회장도 정유와 중공업 건설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쌍용을 한때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쌍용그룹 발전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은 그룹 모태인 쌍용양회다. 1970, 80년대 계속된 건설 붐을 타고 빠르게 사세를 불린 쌍용양회는 그룹이 다른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쌍용양회는 시멘트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시멘트 회사로 건설과 레미콘 등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시멘트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물건으로, 시멘트 회사들은 1970, 80년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며 “쌍용그룹이 시멘트 외 다른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쌍용양회가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쌍용그룹이 몰락의 길에 접어든 것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19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뒤 코란도와 무쏘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쌍용은 자동차 시장에 안착해 가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와 기아의 승용차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은 투자에 비해 많은 이익을 많이 얻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쌍용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그룹 안팎에서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김 회장은 그룹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는 고집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쌍용그룹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그룹 시초인 쌍용양회 역시 채권단 관리하에 있다가 일본 태평양시멘트를 거쳐 사모펀드 한앤컴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는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등 외부 악재도 있었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김석원 회장의 무모한 투자가 결국 쌍용그룹 간판을 내리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겸 쌍용양회 이사회 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쌍용양회 1위 흔들…한앤컴 투자금 회수 차질

한앤컴은 지난해 4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쌍용양회 지분 46.8%를 8,837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선다. 특히 채권단 지분 매각에 반발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2대 주주 태평양시멘트 지분(32.36%)도 조기에 인수해 안정적 경영권 확보의 최대 걸림돌도 제거했다.

한앤컴은 사모펀드답게 인수 과정이 마무리되자 마자 ‘쌍용머티리얼’과 ‘쌍용에너텍’ 등 쌍용양회 계열사들을 잇달아 매각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한앤컴은 비주력 계열사 정리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시멘트 업계에서는 인수한 회사를 쪼개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식’ 경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인원 감축도 진행됐다. 지난해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전체 정규직 직원의 9% 정도인 86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래 최대 감축 규모다.

단기간에 그것도 빠른 속도의 구조조정으로 회사는 아직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앤컴이 대주주가 된 뒤 회사를 떠났던 쌍용양회 전 직원은 “언제 계열사 매각이나 추가 감원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임직원들이 불안해했다”며 “인원 감축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쌍용양회 인수로 시멘트 업계 주도권을 쥐게 된 한앤컴의 최대 고민은 최근 시장점유율 1위기업 타이틀을 뺏길 상황에 몰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시멘트를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와 컨소시엄이 인수하게 되면서 한일시멘트가 곧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현재 쌍용양회의 시멘트 시장 점유율은 20%가량인데 한일과 현대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25%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앤컴도 1위 수성을 위해 지난해 현대시멘트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과감한 베팅을 한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시장 평가 금액 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6,5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쌍용양회의 시장 지배력 약화는 한앤컴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전략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쌍용양회의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됐던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쌍용양회 재매각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시멘트 회사 주요 주주로 대거 등장하면서 향후 시멘트 재매각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IB 관계자는 “매각가가 1조원이 넘는 쌍용양회를 사겠다는 기업을 단기간에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시멘트 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동시에 엑시트 전략을 시행하면 시멘트 회사 몸값은 크게 떨어져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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