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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백조’ 불러놓고... 북한, ICBM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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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백조’ 불러놓고... 북한, ICBM 자축

입력
2017.07.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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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괌 B-1B 폭격기 한반도 전개

18일 만에 재출격… 北 도발 대응

첫 공개 실사격 훈련… 무력 시위

北은 미사일 주역 띄우며 내부 결속

8일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된 한미 공군 연합훈련에서 괌에서 출격한 미국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맨 위)가 한국 공군 전투기 F-15K, 미국 공군 F-16의 엄호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8일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된 한미 공군 연합훈련에서 괌에서 출격한 미국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맨 위)가 한국 공군 전투기 F-15K, 미국 공군 F-16의 엄호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인 8일 한반도는 진풍경이었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 폭격기가 북폭을 연습했지만 북한은 미국에 닿을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자축하기 바빴다.

한미 공군은 이날 미군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북한 주요 시설들을 폭격하는 연합훈련을 벌였다. 공군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 편대가 우리 공군 전투기 F-15K 2대, 미 공군 F-16 2대와 함께 강원 공대지 사격장 상공에서 북한 핵심 시설을 정밀 폭격하는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 B-1B 편대의 한반도 출격은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한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한 지 나흘 만으로, 지난달 20일 이후 18일 만의 재출격이다. 북한의 대형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의 일부다. 한미 공군은 궂은 날씨를 감안해 훈련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경고 메시지 발신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훈련은 B-1B 편대가 가상의 북한군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폭격한 뒤 F-15K 등이 북한군의 지하 시설을 폭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B-1B 2대는 2,000파운드(900㎏)급 레이저통합직격탄(LJDAM) ‘GBU-56’를 한 발씩 투하했다. LJDAM은 합동정밀직격탄(JDAMㆍGBU-30)에 레이저 센서를 장착해 정밀도를 높인 유도폭탄이다. B-1B 편대가 떨어뜨린 LJDAM은 가상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대 표적에 명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동해 상공으로 진입해 북쪽으로 비행하며 사격 훈련을 한 B-1B 편대는 훈련 뒤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날아가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후 동중국해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 F-2와 연합훈련까지 한 다음 괌으로 돌아갔다. 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독일에서 첫 공동성명으로 안보 협력을 공식화한 직후였던 만큼 향후 세 나라 연합훈련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훈련 사진과 영상은 B-1B 편대가 한반도 영공을 빠져나가자마자 우리 공군에 의해 공개됐다. 한반도에 출격한 미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실사격 훈련 장면이 공개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껏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는 비공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북한 도발 빈도와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군의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달 20일 B-1B가 한반도에 온 사실이 바로 공개됐던 것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도 1, 29일 두 차례 B-1B 편대가 동해 상공에 출격해 연합훈련을 했지만 공개되진 않았다.

모양이 백조와 닮아 죽음의 백조가 별명인 B-1B는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최대 탑재량은 기체 내부가 34톤,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톤에 달한다. B-52, B-2보다 많다. 그래서 한 번 출격으로 대규모 폭격이 가능하다. 2,000파운드급 MK-84 폭탄 24발과 500파운드급 MK-82 폭탄 84발, 2,000파운드급 GBU-31 유도폭탄 24발 등을 실을 수 있다. 속도도 다른 폭격기보다 빨라 괌 기지 이륙 2시간 뒤면 한반도 작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B-52, B-2와 달리 핵폭탄을 장착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후 한미 양국 군은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튿날인 5일 바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A’와 주한 미 8군의 지대지 미사일 ATACMS(에이태킴스)를 쏴 대응 무력을 선뵌 데 이어 6일에는 해ㆍ공군 합동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당시 구축함인 양만춘함(3,200톤급)은 미국산 대함 미사일인 ‘하푼’을, 유도탄 고속함인 임병래함(400톤)은 국산 대함 미사일인 ‘해성’을 각각 발사했다.

미국은 연일 미사일 요격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5월 태평양 상공에서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공격을 가정하고 요격 시험을 실시해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조만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이용한 첫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격추 시험을 미국이 할 계획이라고 미 CNN 방송, 영국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화성-14형 발사 성공 축하 분위기 조성에 여념이 없다. 특히 미사일 개발의 주역들을 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할아버지 23주기를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사진을 보면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온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등이 김 위원장의 양옆 자리를 차지했다. 당과 군에서 각각 2인자로 여겨지는 최룡해와 황병서는 앞줄 맨 끝자리로 밀려났다.

아울러 신문은 2, 4면에 화성-14형 발사 성공에 기여한 국방과학ㆍ기술자들이 전날 평양에 도착해 시민 수십만명의 환영을 받았다고 전하며 사진 9장을 실었다. 축제 분위기를 살려가면서 체제를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짐작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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