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이모저모

‘가장 빠른 정상회담’ 무색하게
北 ICBM 발사 탓 묘한 긴장감
모두발언 공개 두고 줄다리기도
시 주석 “특사 파견, 높이 평가”
文대통령, 세월호 인양 거론하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화답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공식방문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로 한 베를린 시내 한 호텔의 한중 정상회담장 안팎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한껏 고조된 탓이다. 하지만 회담 시작 후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하고, 문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시 주석이 상하이샐비지를 직접 독려해준 데 감사를 전하면서 회담장 분위기는 이내 누그러졌다.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 한중 양측은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약속된 회담 시간에 잇따라 늦었다. 시 주석이 오전 9시 2분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문 대통령이 9시 5분에 회담장에 들어섰다. 양측 실무진 간에도 회담 모두발언 공개 시간을 두고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먼저 모두발언을 마치고 2분 뒤에 회담을 비공개로 전환하자고 요구해 우리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 대통령 발언 도중 기자단이 퇴장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회담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모두 악수를 하고 회담 시작을 위해 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측 인사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57일 만에 열리는, 역대 정부 통틀어 취임 이후 가장 빠른 첫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의 동시통역 수신기가 작동하지 않아 시 주석이 모두발언을 중단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자, 회담에 험로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은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고 모두 발언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포럼에 특사단을 파견해 큰 지지를 보내줬고, 이해찬 대통령 특사를 통해 제 긍정적 의지를 높이 평가해 줬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서전에 ‘장강후랑최전랑(長江後浪催前浪)’,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한중관계 개선ㆍ발전과 지역평화 발전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뒤이어 문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상하이샐비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중국 측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작업이 정말 어려웠는데 상하이샐비지가 초인적 노력으로 같은 급 선박 가운데 세계에서 유례 없이 가장 빠르게 무사 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시 주석이 직접 독려해 준 것으로 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물론 배석한 왕이 외교부장 등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은 경제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한중관계를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진 한중 정상 간 첫 정상회담은 1시간 10분 동안 진행했다. 우리 측 요구로 열린 이번 회담은 당초 4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30분이나 연장됐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의제와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도 거론됐으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향후 고위급 채널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양 정상이 합의했다. 두 정상 간 첫 만남인 만큼 양국의 입장 차이를 부각시키기보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를린=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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